강남과 홍대 거리에서조차 소비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최근까지 청년 세대의 대표적인 트렌드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였다. 욜로는 ‘오늘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이라는 태도로, 순간의 행복을 최대한 누리는 것을 중시했다. 고급 음식을 즐기고, 명품 가방을 사고, 여행을 떠나며 오늘을 후회 없이 사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요노(YONO, You Only Need One)’다. 이들은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며 삶의 본질에 집중한다.

기후 위기와 경기 침체 등 사회적 불안정이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무분별한 소비보다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더 큰 의미에서는 일에 대한 개념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일이 되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외부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반응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치관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요노족은 단순한 소비 절제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최소한의 소유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끼고, 시간과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소비 대신 경험과 자아 성장을 중시한다.

이들은 물건의 양보다 경험의 질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값비싼 명품 가방보다 기억에 남는 여행을 선택하고, 소유보다 공유와 임대를 선호하며, 물건을 고치는 리페어(repair)와 재활용을 통해 자원 순환에 동참한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요노족의 미니멀리즘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태도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기성세대 역시 이 새로운 가치관을 수용하고 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는 물질적 소비와 양적 성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기존의 경제 지표만으로는 우리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지 평가하기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다. 소비의 규모와 GDP 성장률로는 더 이상 행복과 지속 가능성을 설명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지표가 필요하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소비를 장려하며,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개인과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탄소크레딧 보유 현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탄소크레딧은 단순한 경제적 자산을 넘어, 환경적 책임과 기후 행동을 상징하는 지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크레딧은 새로운 경제 가치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를 보유한 개인과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리더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제는 요노족과 같은 소비 패턴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후 위기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 개인의 생활 방식 변화는 곧 사회 전체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기성세대가 이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시작한 요노족의 움직임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작은 첫걸음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결국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단순한 경제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여전히 기성세대가 요노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더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노는 그저 젊은 세대의 유행이 아닌, 우리가 모두 함께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이자 가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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