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에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워크숍으로 일본을 다녀왔는데요. 여행지에서 이동하는 내내 친절한 가이드님의 해설을 들으며 일본이라는 나라를 잘 알게 되어 더욱 풍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물가나 음식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었지만, 무엇보다 일본의 장수비결에 대한 가이드님의 설명이 기억에 남는데요. 왜냐하면 일본 사람들은 담배와 술, 달고 짠 음식을 즐기는데도 불구하고 10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4~5배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건강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중요한 주제인만큼 일본의 장수비결에 대한 가이드님의 말씀을 독자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비우는 삶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이 안 좋다고 하면 보약과 비타민을 먹는 등 계속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디톡스’ 등 비움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등산과 같은 다소 과격한 운동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 비해 일본인들은 수영 등 몸에 무리가 없는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이렇게 우리 인생에서 채움을 통한 건강유지도 좋지만 영양과잉 등 과잉의 시대에는 비움을 실천하는 것도 좋은 건강비결인 것 같습니다.

둘째로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삶입니다.

관광을 하는 동안 두 군데 숙소에서 일정을 보내게 되었는데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들이 탄 버스가 떠날 때 종업원들 대부분이 호텔 입구로 나와서 손을 흔들면서 환송을 해 주었는데요. 관광객들이 이 호텔을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작은데도 왜 이런 따뜻한 환송을 했을까요? 일본인들은 일기일회(一期一會), 평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라는 생각으로 현재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일행 중 단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나중에 다시 일본을 찾을 때 호텔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다시 찾아올 것을 기대하며 따뜻한 환송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관계의 소중함을 챙기는 것 또한 좋은 건강 비결의 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부모님들이 마음에 꼭 새겨야 할 것 같은데요. 자식보다 자신을 우선하는 삶입니다. 일본에서 스포츠카를 타는 사람은 젊은 사람이 아니라 의외로 50-60대 중년 남성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성인이 된 자녀들을 바로 독립시킨 이후 부모들은 자신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이들은 50대가 되면서부터 자녀에 대한 욕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이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죠. 이러한 부모의 삶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부모들을 보는 자녀들 또한 지금의 젊은 시절은 힘들더라도 자신의 중년은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물질적인 것보다 행복한 부모의 삶 자체를 유산으로 물려주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죠. 혹시 자녀에게 집착하는 부모들을 보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라며 우울해 하는 자녀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만난 가이드님의 설명이 우리 한국인들의 삶에 모두 딱 들어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좀 더 비워내고, 현재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한번쯤은 경청하고 실천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을 내려놓지 못하여 늘 염려와 걱정으로 살아가는 한국의 부모님들,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채우는 데에만 집중하며 현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을 불만이나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생활에서 뭔가 더 채워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비워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장성한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간섭보다 부부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삶을 살며 행복한 삶 자체를 자녀들에게 물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비움과 관계를 기억하며, 자신의 삶에 충실함으로 100세 시대 건강하게 장수하는 독자들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진영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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