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zoon logon echon)’라는 말로 규정했다. 인간만이 언어 사용 능력과 사고력으로 다른 동물들과 구별된다. 인간이 언제부터 언어를 사용했는지 구체적인 기록이나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성의 구조와 그것의 작동 원리를 탐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탁월한 소통능력을 갖추고 있다. 유발 하라리가 주장한 대로 언어적 소통능력 때문에 인류가 지구상의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즉 인간의 인지 혁명(Cognitive revolution)이 인간과 다른 영장류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이성을 가진 인간의 탁월한 존재감은 세포 활동 이상의 능력이 있다는 점에 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언어를 사용하며 제작과 창조적 활동이 가능한 존재다.

하지만, 인간만이 소통하는 존재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생물학 연구는 대부분 생물을 포함해 기초적인 생명체까지도 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욕구 충족을 위하여 개체 간의 협력과 단결은 필수적 요인이 된다. 그것이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말이다. 생명 유지와 존속, 그리고 번성과 욕구를 위하여 모든 생물 역시 본질에서 소통 방식을 소유하고 있다. 인간과 유사한, 그러나 인간만이 소유한 기능이 아니라 소통 기능이 다른 생물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은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발견과 함께 생물이 아닌, 기계적 기능을 가진 또 하나의 소통 기능을 극대화하며 인간과 경쟁하는 게 존재하게 되었다. 이것은 여타 생물군의 소통 기능과는 다른, 언어 사용자로서 인간의 탁월한 존재성 여부가 도전을 받는 형국으로 이끌고 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출현이다. 단순한 산술적 계산기로 출발한 컴퓨팅 기술이 이제는 번역과 데이터 분석, 그리고 고급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로 변모되었다. 이제는 AI가 단순한 과학적 산물 넘어 현대 산업과 인류 삶의 질을 주도할 초능력자의 출현이라는 평가에 적극적으로 주목해야 하겠다.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의장으로 있던 2016년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제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이라는 용어가 주창된 이래, 빠른 속도로 인류의 미래를 선도할 차세대 산업혁명의 총아가 인공지능 기술이다. 점점 인간의 지능과 역량을 넘보며 진화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은 단순하거나 복잡한 정보 검색을 넘어 정밀한 컴퓨터 프로그램 짜기는 물론, 고등 수학 문제를 풀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전문의가 수개월 또는 수년간 추적 분석해야 발견할 수 있는 특정 환자의 질병 원인 규명 같은 분석을 단 몇 초 또는 몇 분이면 끝낼 만큼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읽고 쓰는 것은 물론 소통능력과 대처능력까지 갖추는 단계에 이르렀다.

리터러시(Literacy)란 원래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능력은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킨 원동력이었다. 이런 능력 덕분에 복잡한 사회구조와 소통의 능력이 향상되었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해와 대처능력이 발달하는 전반적인 역량이 강화되었다. 이제 인간의 강화된 역량의 기반이 되었던 이런 행위가 인간 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를 두고 인공지능과 인간이 경쟁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인간은 인공지능이 일상과 전문적인 영역에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다양한 단점들에 대한 대처를 두고 이미 고심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조작과 사용방법을 넘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의 필수불가결한 삶의 역량화를 의미한다. AI는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상당 수준 모방하거나 재현 내지, 능가할 수 있는 기계가 되었다. AI의 기능성은 전통 철학에서 ‘이성’이란 말로 표현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옛 현인들이 인간 지능의 특징적 면모를 분절적이고 종합적인 언어 사용에서 찾고자 했던 것을 AI사 대체할 수 있을까? 인간의 인문적 성향을 한층 더 고양 시킬 만한 미래에 정향된 주변 환경의 변화와 이미 현상적으로 경험되고 있는 미래적 현실에 대한 숙고가 요구된다. 인간학이라 불리는 인문학은 단지 취미 또는 인간이라는 이상적 우위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목적이 아닌, AI와 시대를 동반하는 새로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즉 인문적 역량을 강화하는 새로운 교육 정책을 요청받고 있다.

차종관 목사 세움교회 담임목사, 전 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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