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港이 있어도 멧돌포구는 처음 들어본다. 생경한 그곳의 파장어가 유명하다는데 파장어는 어떤 어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남편의 생일을 앞두고 미리 식사라도 대접하겠다는 아들내외의 요청에 남편이 제안한 곳이 멧돌포구였다. 바다에 정박해 있는 배들과 작은 포구는 정겨웠다. 그 모습을 배경삼아 먹는 식사는 기대이상 이었고 여러 가짓수의 밑 반찬도 입에 찰싹 붙었다. 처음 입에 대는 파장어 조림도 거부감이 없었다. 파를 오래 삭혀 두었다가 바닷장어에 양념삼아 듬뿍 넣은 요리가 일품이었고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파장어였던 것이다. 포만감으로 돌아보는 포구에서 저멀리 삽교호와 아산만 방조제가 보인다.
생전에 아버지가 삽교호에 가자시는 걸 우린 아산만으로 네비를 잘못 찍어 아버지가 원하시던 장소가 아니어서 실망하셨던 모습이 생각난다. 엄마를 먼저 떠나 보내시고 아버지는 바다가 보고 싶으셨는데 우리는 아버지 마음을 좀더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 갑자기 이런저런 일이 떠오르니 아버지가 보고 싶어 울컥한다.
며칠 전까지 무덥던 바람이 어느새 차게 느껴진다. 날씨만큼 간사한 사람의 마음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아침에 내린 비 탓인지 하늘이 흐리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한 느낌이 든다. 바다에 떠있는 배들이 바람에 부딪혀 흔들린다. 밀물이 된지 얼마 안된 바다라서 그런지 뻘의 느낌이 난다. 서해안의 바다는 맑지 않지만 맑지 않은 것에 오히려는 편안함이 있어 좋다. 한차례 분탕질을 하고 나면 맑은물이 고일 것 같은 수심 낮은 곳 같지만 바다는 곧 만조가 될것이다.
오늘 다녀온 멧돌포구는 처음 들어보는 낯선 포구지만 기시감이 든다. 우리도 남들 못지않게 여행삼아 다닌 곳이 많은데 왜 나는 나만 못 박힌듯 살았다고 생각했을까. 그때는 기억속에 묻혔고 지금은 비교의 대상속에 구부러진 내 마음이 먼저여서 인가 보다. 잠깐 떠났다 돌아와도 마음이 환기가 생긴다. 바빠 사느라 여유를 놓치고 산 까닭이 많은 탓 같다. .
아들 내외의 저녁 선약 때문에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우리는 아쉬운 하루를 접고 일어섰다. 도심에서 떨어진 멀지않은 곳에서 힐링을 하고 또 가족으로 결속을 다지는 하루는 의미있다. 막히지 않는 도로는 피로감이 덜해 금상첨화다. 베스트 드라이버를 자처하는 며느리의 운전대에 안전을 맡기며 자연과 바다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치룬 남편의 생일상은 거했다.
김숙경 수필가
2006년 한국문인 수필 등단
2022년 문파문학 시 등단
‘수필집’ 엄마의 바다
동서문학 공모 삶의향기속으로 가작 수상
수원문학인의상 수상
경기한국수필대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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