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관람료가 비싸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1만원에서 1만 5천원이 넘는 돈은 누군가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영화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수많은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영화를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우리 현덕사에서 독립 단편영화의 촬영이 이루어졌다. 20명 남짓한 젊은 영화인들로 이루어졌으며, 영화의 가제목은 '자매의 등산'이다. 코다(CODA,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님(또는 한쪽 부모)을 둔 청각 비장애인 자녀)인 언니와 농인 여동생이 주인공이며 언니의 파혼 후 스님이 된 형부를 찾아 산을 오르는 이야기다. 이 여정 속에서 두 자매는 오랜 갈등을 드러내고 서로를 이해하며 화해의 길을 찾아간다.
약 3일 동안 촬영을 지켜보며, 나는 단 한 장면이 완성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1분 남짓한 짧은 장면을 위해 20여 명의 사람들이 네댓 시간 동안 분주히 움직였다. 카메라와 조명이 설치되고 배우들이 동선과 감정을 맞추는 동안 각 부서의 스태프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준비했다. 모두의 에너지가 하나의 결과물을 향해 모이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영화 제작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고 느꼈다.
촬영 현장에서 가장 깊이 다가온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농인 동생 역을 맡은 심해인 배우는 손과 표정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했다. 언니 역을 맡은 강진아 배우 역시 수어로 대사를 주고받으며 마치 자매의 마음이 연결된 듯한 연기를 펼쳤다.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후반부, 동생이 언니의 운동화에 묻은 검불을 털어주고 가지런히 놓아주는 짧은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말 한마디도 없었지만 그 손짓에서 언니를 향한 사랑과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손짓은 오래된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새롭게 정리하듯 경쾌하며 슬펐다. 짧은 순간에 담긴 감정은 그 어떤 대사보다 깊고 전달력이 강했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의 팀워크도 빛났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디테일까지 촬영을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되었다. 법당 마당에 보이지 않던 낙엽이 흩날리고 있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가을 분위기를 담기 위해 준비된 소품이었다. 가볍게 흩날리는 단풍잎 하나도 그들에게는 영화의 일부였던 것이다.
스태프들의 태도에 놀랐던 순간이 있었다. 촬영 중간 내가 자주 사용하던 네모난 의자가 사라졌다. 촬영 막바지까지 돌아오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바쁘니 어쩔 수 없지 싶어 마음을 접었다. 다음 날 새벽 의자는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원래 있던 에프킬라와 신문지까지 말이다. 영화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살피는 세심함을 보며 스태프들의 진심과 정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얼마 뒤, 생필품 가게에서 농인 부부가 손수건을 사는 모습을 봤다. 그들은 수어를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지만 나는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고 말을 붙일 수도 없었다. 그런데 가게 직원은 간단한 수어를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손님들과의 대화를 위해 간단한 수어를 배웠다고 했다. 작품을 위해 수어를 배웠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떠올랐다. 주변을 오고 가며 어디에나 농인 분들을 만날 수 있는데 수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우리 모두 다들 잘난체 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 세상에 내가 알 수 없는 세상이 모르는게 얼마나 많은가. 소통을 위해 배우는 태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스럽게 느끼며 나도 간단한 수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절로 돌아오는 길, 촬영 현장에서 느낀 감동과 배움을 곱씹어 보았다. 수많은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영화는 단순히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특별한 예술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의 손길을 떠올리며 말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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