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자녀 양육비를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어요. 너무 억울하니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청구해 주세요."
청구인과 상대방은 1971월 7월 15일 혼인신고를 마치고 1973년 11년 20일에 사건본인을 낳은 후 1974년경부터 별거하기 시작하였다. 청구인과 상대방 사이에는 1984년 11월 24일 이혼심판이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16년 6월 21일에 상대방에 대하여 1974년경부터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년 11월경까지 단독으로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와 언제부터 진행하는지이다. 종래의 판례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될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난 7월 18일에 선고한 대법원 2018스724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종례 판례 입장을 변경한바 "청구인은 상대방에 대하여 1974년경부터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년 11월 경까지 사건본인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이루어졌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하였다.
위 법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자녀가 아직 미성년자인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나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되면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데에서 그 이유를 들었다.
즉,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장래의 양육비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그 권리의 내용이 확정되지 아니하여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 단순히 금전지급 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라기보다 미성년자녀에 대한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 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권리의 성질을 주로 가지므로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되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는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고 더 이상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할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협의 또는 심판청구 등의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 양육을 담당하였던 부모의 일방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일생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하여야 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거가 없어지는 등으로 적절한 방어법을 강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결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생각건대 요즘 들어 이혼이 증가함에 따라 자녀의 양육비 미지급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양육비 지급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양육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제때에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녀가 성년이 된 때로부터 과거양육비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한 위 대법원판결이 나온 이상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양육비에 대한 판결문·조정조서·부담조서·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의 조치를 통하여 그 소멸시효를 중단시킴으로써 미리 권리를 보호해 둘 필요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