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우리의 삶과 일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자동화와 기술 혁신은 기존 업무처리 방식을 넘어, 일자리의 본질을 재편하며 노동 시장에서 인간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의 일자리 수는 87만 개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으나, 단순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빠르게 AI로 대체되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 데이터 입력원, 공장 조립라인 근로자와 같은 직업군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보험 분야에서도 일부 직무가 AI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과 보건·사회복지 분야에서는 각각 9만 개와 12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하며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가 단순히 일자리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직업과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AI는 의료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균관대학교가 의료 AI 연구를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학 연구진은 암 진단 및 치료 예측 모델을 개발해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의 진행을 예측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추천하며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결과와 또한 X-ray, MRI, CT 스캔 등 의료 이미지를 활용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 정확성을 높이는 기술도 집중 연구 중이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단계를 넘어, 예방 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며 의료비 절감과 효율적 자원 활용에도 기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의료 AI는 급격히 발전하는 추세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는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는 AI를 개발해 의료 기록과 이미지를 분석, 조기 진단과 예방 조치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는 피부암 진단 AI를 개발해 병변 사진으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이 골절, 폐 질환, 심장 이상과 같은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해 의료 현장에서의 효율성을 높인 사례들은 AI가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의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히 확산하며, 그 가능성과 함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스카이넷은 인간이 설계한 AI가 자율성을 획득하며 결국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이 영화 속 마일스 다이슨은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었지만, 결국 파괴의 씨앗을 뿌렸다"라고 후회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당신은 지금도 코드를 쓰고 있지만, 진짜 세상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AI가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숙고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러한 경고는 현실에서 AI의 윤리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재미있는 점은 20세기 중반에도 이미 AI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예견한 사례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2년 발표한 소설 ‘런어라운드’에서 로봇이 따라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은 로봇이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되며,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에는 소설적 상상력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AI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는 데 있어 여전히 중요한 윤리적 기준으로 논의되고 있다.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더욱 복잡해질 미래를 고려할 때,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우리가 AI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AI가 만들어 갈 미래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적응력을 키우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성과 감정적 역량,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학습은 단발적인 활동이 아니라 평생 지속해야 하는 과정으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흡수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AI와 협력하며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세계 석학들도 AI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 왔다.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는 "AI는 인간 문명의 역사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잘못 관리된 AI가 인류를 통제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역시 "AI는 핵무기보다 위험할 수 있다"라며, AI 개발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고는 AI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갈 준비가 돼 있는가? 인간 고유의 역량을 잃지 않고, AI와 협력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AI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AI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강요할 것인지,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의 선택과 책임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