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13-1번: 수원남부버스공영차고지~금곡동강남아파트

수원 칠보산 용화사 지붕에 달린 풍경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수원 칠보산 용화사 지붕에 달린 풍경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중부일보는 올 한 해 경기도 내에서 운행하는 다양한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 만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장소나 지역의 명소를 방문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그곳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조명 중이다. 연중기획으로 이어지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아홉 번째 순서는 수원의 중심가를 지나며 상쾌한 겨울 산책을 할 수 있는 13-1번 버스다.

겨울은 동물들도 동면에 들어갈 만큼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또 사계절 중 가장 낮은 일조량으로 인해 만성 우울에 빠져들기 쉽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추울수록 더 움직여야 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으로 망가지기 쉬운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추위를 잊을 정도로 다채로운 산책 코스가 필요하다.

수원 인계동 효원공원 내 은행나무 아래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수원 인계동 효원공원 내 은행나무 아래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효의 정신을 새길 수 있는 공원과 중국 무협지에 들어온 듯한 풍경을 자랑하는 정원, 이국적인 향이 가득한 외국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거리, 연말 소원을 빌기 좋은 고즈넉한 사찰까지 가는 13-1번 버스는 특별한 겨울 산책을 선사할 것이다.

해당 버스는 수원남부공영차고지부터 구운동주민센터를 잇는 노선으로 수원의 중심가를 관통한다. 첫차는 오전 4시 50분, 막차는 오후 10시로 아침 일찍부터 운행한다. 다만 운행대수는 22대, 배차간격은 21분으로 목적지를 이동할 때 미리 버스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원 인계동 효원공원 내 어머니상이 전시돼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수원 인계동 효원공원 내 어머니상이 전시돼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 효행 정신 일깨우는 ‘효원공원’=13-1번 기점인 수원남부버스공영차고지에서 35개 정거장을 거쳐 매탄주공 4, 5단지에서 내려 길을 건너면 효원공원과 월화원이 나온다. 효원공원은 넓이 14만1천642㎡로 지난 1994년 효(孝)를 상징하는 각종 기념물을 세워 조성됐다. 입구에는 자매도시인 제주도를 주제로 한 해녀 석상 등이 세워져 있고, 내부로 들어가는 길목에도 공룡, 동물 모양 조경물이 설치돼 ‘인생샷(잘 나온 인물 사진)’을 찍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동물 모양 조경물 앞 커다란 은행나무들 밑에 나무 의자가 2개 있어 둘만의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효원공원 중심에는 정조대왕의 효 어록비와 함께 어머니상이 놓여 있다. 이외에도 무료결혼식장으로 활용되는 잔디밭과 전통팽이 게임장도 있다.
 

수원 인계동 내 중국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월화원 전경. 사진=이보현 기자
수원 인계동 내 중국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월화원 전경. 사진=이보현 기자

◇ 무협지 주인공 돼보는 ‘월화원’=월화원은 효원공원 내부에 있는 6천16㎡ 규모의 중국 전통 정원이다. 공원은 지난 2003년 10월 중국 광둥성과 경기도가 맺은 ‘우호교류 발전에 관한 실행협약’에 따라 중국 노동자들이 광둥 지역의 전통 건축양식을 살려 지난 2006년 개장했다. 월화원은 동그란 형태의 건물 창문으로 밖의 정원 풍경을 내다볼 수 있게 돼 있다. 또 인공호수와 인공폭포, 배를 본떠 만든 정자가 특징이다.

공원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건축양식과 대나무 등으로 꾸며 놔 중국 무협지 안에 들어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이(異) 세계적인 풍경으로 사진작가들은 물론 ‘코스프레’(만화 등에 나오는 캐릭터 의상을 입고 모여서 하는 분장 놀이)를 취미로 삼은 이들에게 포토존으로 각광 받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역시 영하의 기온에도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방문객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월화원은 사람이 없는 오전 시간대에는 왜가리, 비둘기, 까치 등 다양한 야생조류가 제집(?)처럼 정원 안을 거닐고 있기도 해 동물원에 온 것 같은 광경을 볼 수 있다.

또한 이준기, 아이유 등이 출연한 TV 드라마 ‘달의연인-보보심경 려’의 촬영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수원 역전시장 내 한 베트남 음식점 메뉴판에 다양한 베트남 음식이 안내돼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수원 역전시장 내 한 베트남 음식점 메뉴판에 다양한 베트남 음식이 안내돼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 이색적인 외국 음식 가득 ‘역전시장’=매탄주공 4, 5단지에서 17개 정류장을 지나면 수원에서 역사가 깊은 ‘수원 역전시장’이 나온다. 역전시장은 건물 하나가 통째로 시장을 이루고 있어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 곳에서 다양한 물건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다. 또 지하 1층에는 베트남, 태국 등 각국의 음식을 파는 다문화 푸드랜드가 조성돼 있다.

특히 현지인이 운영하는 베트남 음식점들은 시가지 상권에서 많이 파는 일반적인 쌀국수 외에도 한 차원 나아간 현지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분목’(완자국수),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인 분짜(쌀국수와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고수 등을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를 국물에 담아 내놓는 ‘국물분짜’, ‘퍼싸오’(소고기 쌀국수 볶음) 등이다. 또 생전 처음 맡아보는 향이 나는 베트남 현지 소스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 볶음밥 한 그릇을 시켜도 소스 첨가 여부에 따라 여러 맛을 느낄 수 있다.
 

수원 칠보산 인근 용화사에 미륵불석상이 놓여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수원 칠보산 인근 용화사에 미륵불석상이 놓여 있다. 사진=이보현 기자

◇ 연말 소원 빌고 산책하기 좋은 ‘칠보산’=역전시장에서 15개 정류장을 지나면 칠보산 입구가 나온다. 정상까지 1.3㎞ 코스인 칠보산은 수원 마스코트 ‘수원청개구리’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보호종 ‘칠보치마’ 서식지다. 수원청개구리는 ‘수원이’라는 지명을 가진 유일한 양서류로, 현재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보호종이며, 칠보치마는 백합과 다년생 초본으로 지난 1968년 칠보산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여름 장마철만 되면 비교적 낮은 238.8m 높이의 칠보산 앞에 사는 사람들은 수원청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

칠보산 등산로 입구 옆에는 용화사라는 절이 있다. 용화사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띠는 작은 사찰로, 계단을 올라가면 기도를 올리기 좋은 작은 전각들 안에 불상과 석불상 등이 놓여 있다. 특히 대웅전 안에는 특이하게 금불상이 아닌 기울어진 석불입상(미륵불)이 자리한다. 대웅전 뒤 사찰에는 작은 산신각이 있다. 산신상 앞에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촛불 등이 일렬로 세워져 있다. 산신각 오른쪽 위에는 독성각(사찰에서 스승 없이 홀로 깨우친 독각의 성자 ‘나반존자’를 봉안하는 곳)이 있고, 내부에도 역시 소원을 빌었던 흔적인 촛불과 동전 등이 놓여 있다. 불교에 따르면 부처나 보살을 두고 독성각에 소원을 빌면 성취가 빨리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 산신각 앞에서 소원을 비는 한 중년 남성을 만났다.

그는 "취업, 가족 등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마침 오늘 일이 없어 한적한 날 그동안 바라던 일이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러 왔다"며 "절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 내년에는 꼭 바라던 일, 하려던 일이 모두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전했다.

이보현기자

수원13-1번 버스 노선도.
수원13-1번 버스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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