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웅 JL스탠다드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조남웅 JL스탠다드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지난해 6월 개봉한 국내 SF 영화 ‘원더랜드’에는 이미 사망했거나 죽음에 준한 상황(뇌사 등)에 처한 사람의 기억과 품성을 본따 가상인간을 만드는 ‘원더랜드’라는 이름의 AI(인공지능)·빅데이터 서비스가 등장한다.

작중 등장인물들은 이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영상통화하듯 떠난 사람(을 본딴 가상인간)과 소통하며 그리움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는 성숙하게 떠나보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원더랜드 서비스가 현실에도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다만, SF라는 장르 특성상 영화에 나온 내용이 현실에 그대로 구현되기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자 역시 영화처럼 AI·빅데이터를 이용한 추모(追慕) 서비스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JL스탠다드(Standard)의 ‘소울링크’를 보고나서는 ‘현실판 원더랜드’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서비스에서는 떠난 사람의 사진과 목소리를 디지털로 재현하고, 음성 통화나 실시간 채팅 기능을 통해 남은 사람들의 정신적 치유를 지원한다.

중부일보는 소울링크를 개발한 조남웅 JL스탠다드 대표를 만나 창업 계기와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조남웅 JL스탠다드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조남웅 JL스탠다드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소울링크’, AI로 만나는 추모 서비스=JL스탠다드는 2019년 조 대표에 의해 설립된 AI 기반 스타트업이다.

소울링크를 제작한 업체답게 그 이름에는 조 대표의 이니셜인 ‘J’를 포함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감동과 유산(‘L’egacy)을 남기고, 업계의 새로운 기준(Standard)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JL스탠다드에서는 디지털 IP 기반 사업인 ‘디지털마스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추모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소울링크’를 핵심 서비스로 제공한다.

디지털마스크는 비윤리적으로 사용되는 딥페이크 기술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한 서비스다. 해당 콘텐츠가 불법으로 촬영되지 않고, 관계자 동의를 통해 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용도로 활용된다.

그만큼 범용성이 높기 때문에 유명 연예인이 직접 촬영할 필요없이 디지털마스크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울링크는 AI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환경에서 고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추모 서비스로 지난해 9월 론칭했다.

유가족이 제공한 사진, 영상, 음성 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켜 디지털로 재현하며, 유가족 서베이(설문)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을 생성해 실시간으로 채팅도 할 수 있다. 이 외에 ▶AI 영상 편지 ▶디지털로 함께 사진찍기 ▶음성 통화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된다.

조 대표는 "최근 디지털마스크와 같은 기술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데 이를 일반 수요자들이 접하기에는 시장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포인트를 고민했다"며 "소울링크의 경우 사진이나 영상을 기본으로 하며, 살아계실 때의 목소리를 30초 정도 받아 유사하도록 학습시킨다"고 설명했다.

소울링크는 현재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중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장례식장과 납골당 같은 추모 장소에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조문객들에게 AI로 움직이는 영정사진을 선보이거나, 납골당에서 QR코드를 통해 AI로 제작된 고인의 영상을 보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는 소울링크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간단한 가입 절차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다만,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최초 1회 결제를 할 경우 1년 이후 다시 추가 결제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너무 오랫동안 그리워하면 그 슬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1년 동안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조남웅 JL스탠다드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조남웅 JL스탠다드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해외 진출 통한 글로벌 추모 브랜드 꿈꾼다=조 대표는 본래 음원 유통사에서 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유통, 신사업 기획, IT 서비스 등을 기획하고 론칭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콘텐츠·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오래 몸담았던 그는 향후 빅데이터와 AI가 먹거리 사업으로 유망함을 깨닫고 창업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빅데이터 기반 ‘이름 추천 서비스’를 기획했다. 사주명리학을 기반으로 이름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 지역별·직업별로 많이 분포해 있는 이름을 빅데이터로 분석함으로써 사용자가 원하는 직업(또는 지역)에 맞는 이름을 추천하는 서비스였다.

이후에도 조 대표는 AI와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AI를 통해 유가족과 고인이 만나는 다큐를 보고 관련 분야에 니즈(Needs)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추모 서비스를 주력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초기에는 실험적인 아이디어였지만 기술과 정서적 가치를 조화시키며 지금의 사업 모델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니즈에도 불구하고, 시장 진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추모·장례의 경우 고객층의 연령대가 높고, 시장이 보수적인 만큼 기술을 적용하기까지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파트너와 고객들에게 AI 기술이 제공하는 가치와 효율성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신뢰를 구축해 나갔다"며 "또한, 실제 사용 사례와 고객의 피드백을 데이터로 제시하며 시장에서 점차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내 시장에 안착한 JL스탠다드는 올해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두 차례 전시회를 다녀오며 현지 시장에서도 협업 요청이 들어온 상황이다.

일본 이후에는 미국과 캐나다를 중점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미국의 경우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동묘지로 이뤄진 ‘콜마’와 같은 지역이 있는 만큼, 추모 산업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우선은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한 일본에 1차적으로 진출하고, 이후에는 미국에서도 협업을 제안한 업체가 있어서 계획하고 있다"며 "이 같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추모 문화 혁신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소울링크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채팅’ 서비스. 사진=JL스탠다드 홈페이지 갈무리
소울링크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채팅’ 서비스. 사진=JL스탠다드 홈페이지 갈무리

◇기억 속 감동과 치유를 선사하는 감성 콘텐츠="JL스탠다드는 기술과 정서의 융합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조 대표는 향후 JL스탠다드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소울링크의 고도화 계획을 강조했다.

그는 "원더랜드 영화에서는 사람과 대화할 때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고도화돼 있지만, 실제 음성을 복제함에 있어서는 ‘AI’스러운 음성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자연스럽게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이 표현되는 부분에 있어서도 완벽히 닮지 않았다. 아직은 정교한 작업물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 이 부분도 고도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소울링크에서 제공하는 ‘AI 영상 편지’ 서비스. 사진=JL스탠다드 홈페이지 갈무리
소울링크에서 제공하는 ‘AI 영상 편지’ 서비스. 사진=JL스탠다드 홈페이지 갈무리

향후에는 펫 관련 사업으로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AI를 학습시킴으로써 떠나간 반려견의 개인기 등을 사람의 목소리에 맞춰 반응하는 방식으로 구상 중이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소울링크를 통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을 빨리 해소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지원하겠다"며 "아직 추모산업에는 AI 기술이 활발하지 않은 만큼 감성적으로 접근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희망했다.

이성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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