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안녕하셨나요?" 아침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 익숙한 인사말은 단순한 안부 인사 같지만, 이 말이 던지는 여운은 의외로 깊다. "오늘 하루도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으로 삶이 망가진 문동은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단순한 복수극으로 보기엔 그녀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너무도 묵직하다. 문동은이 겪은 상처와 고통, 그리고 이를 딛고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결국 이런 질문과 연결된다. "내가 선택하고 살아가는 이 길이 과연 나를 지키고 있는가?"

현실에서 이런 질문을 떠올리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 복잡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늘 타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타협의 끝에서 잃는 것이 나 자신이라면, 우리는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현실은 종종 나답게 사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의 삼중고는 우리의 선택을 제한하고, 치솟는 주거비와 생계비는 이상과의 타협을 강요한다. 거기에 더해 급격히 확산되는 인공지능(AI)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조차 벅찬데 그 안에서 나만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더 큰 도전이 된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가는 이들이 있다. 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이야기가 그 예다. AI가 그의 작업 중 단순한 부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AI는 단순 작업을 맡기고, 나는 더 독창적인 일에 집중하자"고 결심한다. 그 결과, 그는 이전보다 더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됐다. "AI가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감각과 창의성이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라는 그의 말은 변화 속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은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나다움은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무너지면 결국 나도, 주변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특히, 지금 같은 시대엔 나다움을 지키는 개인들의 선택이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최근 만난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의 저서 ‘눈 떠보니 선진국’에서 나다움과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박 의장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문제 해결형 사고와 협력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적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 가치를 깨닫는 국민 개개인의 성숙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나답게 산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 성취에 그치지 않으며,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실천이자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2025년의 시작은 온통 불확실로 가득 차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단지 현실에 타협하며 나의 본질을 조금씩 잃어갈 것인가? 아니면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을 이어갈 것인가? 이렇듯 ‘나다움’은 단지 개인의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어떤 가치를 선택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동시에 그것은 내가 속한 공동체와 어떻게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권력은 잎사귀처럼 시들고, 문화는 뿌리처럼 남는다"는 교훈을 절대 잊지 말자.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목청껏 외치는 ‘나다움’은 우리의 미래를 정의할 가장 따뜻한 이름이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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