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경매절차에서 허위임대차계약서를 만들어 권리신고와 배당요구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사람들을 엄하게 처벌해 주세요."

갑은 2009년 10월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빌라 2채를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으나 2016년 10월 그 매매행위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판결이 확정되는 바람에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어 결국 위 빌라들의 소유권은 매도인 을에게 복귀되었다.

그런데 2017년 1월에 을에 대한 채권자가 공사대금채권에 관한 확정판결에 기해 위 빌라 2채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해 수원지방법원에서 강제경매개시절차가 개시되었고 또 다른 공사대금채권자도 확정판결에 기하여 같은 법원에 배당요구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한편, 갑은 위 빌라 2채를 관리했던 그의 피고용인 병과 인테리어 공사를 도급받아 수행했던 정에게 각 빌라 1채에 대해 갑을 임대인으로 하고 전세보증금 6천만 원으로 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는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들을 첨부한 권리신고와 배당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위 임차인은 그 임대차계약에 대항력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경매절차에서 전세보증금상당의 배당금을 편취하고자 시도하였으나 경매채권자들의 배당요구액이 빌라 2채의 감정가 합계 7천200만 원을 초과하게 되면서 경매를 신청한 공사대금채권자가 경매를 취하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위 가장임차인들은 전세보증금 6천만 원을 실제로 지급하거나 빌라에 거주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임대차계약서에 기해 배당요구행위를 한 것이다. 결국 위 갑과 병은 사기미수, 경매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갑에게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의, 병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각 선고 했다.

그 후 항소심 법원에서는 경매방해죄가 문제되었다. 항소심은 심리 결과 허위임차권을 신고하는 경우 대항력이 존재하여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 검사의 증거에 의하여 증명되는 경우에 한해 경매방해죄가 성립하여야 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병이 신고한 임차권은 강제경매절차에서 대항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임차권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경매방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지난 달 선고한 2022도11083 판결에서 경매방해죄 무죄판결을 파기하여 유죄의 취지로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그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재판기록상 강제경매절차에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신고한 임차권이 현황조사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확인되는데, 이는 경매참가자들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정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그와 같은 사정을 포함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경매절차에서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허위의 임차권을 신고하는 행위가 경매에 참가하려는 자들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리하여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한 상태가 발생하였는지를 따졌어야 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이 사건 부동산의 권리 의무관계나 임차권의 대항력 유무와 같은 객관적 법률평가에만 터 잡아 피고인들이 신고한 임차권은 대항력이 없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경매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경매방해죄의 성부와 그 심리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살피건대, 경매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경매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추상적 위험범이므로 결과의 불공정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요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비록 선순위 채권자의 채권액을 제외하면 경매절차에서 경매신청자에게 돌아갈 것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경매개시결정이 취소되고 강제경매신청이 기각되어 결과적으로 불공정이 현실화 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피고인들이 허위임대차보증금채권을 신고하여 배당받을 선순위채권자로 행세한 이상 그 경매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허위임차권 신고행위를 경매방해죄로 유죄판단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적절한 것으로 수긍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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