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어기 맞아 조업 나선 연평 어민들… 신호 불통땐 하루 수천여만원 손해
신형수신기도 2년 후에나 보급가능… 대책 없는 市, 중국산 나침반 보급
일부 러시아신호 수신기 구입도… "전파교란 영향 80%갸랑 줄어들어"

지난해 5월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에서 한 선박이 출항전 위성항법장치GPS를 살피고 있다. 정선식기자
지난해 5월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에서 한 선박이 출항전 위성항법장치GPS를 살피고 있다. 정선식기자

"오늘(19일) 아침 9시께에도 GPS 신호가 5분 정도 안 잡혔어요. 북한 때문일 거라고 봅니다. 조업철에 GPS 신호가 안 잡혀 작업을 못 하면 하루에 수천만원 손해가 나니 걱정이 많죠."

김응석 연평어촌계장은 19일 중부일보와의 통화에서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봄어기를 앞두고 북한의 GPS 교란에 대한 연평도 어민들의 우려가 깊지만 인천시에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해5도 중 북한과 가장 가까운 연평도에서는 지난해 북한의 GPS 교란으로 어민들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조업을 마치고 복귀할 때 다시 그물이나 통발을 던져놓아야 하는데 어선 위치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평도에서 꽃게 등을 잡는 박태원 선장은 지난해 봄가을을 통틀어 약 1천500만 원의 손해를 봤다.

박 선장은 "GPS 신호가 잘 안 잡히면 특히 통발 조업을 하는 어민들은 거의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연평도에서 통발 조업을 하는 배가 나를 포함해 6척인데, 나머지 5척에서도 각각 2천여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시는 지난해 6월 GPS 교란 방지 장치를 개발해 성능 시험에 나섰지만, 실제로 보급할 정도의 성능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 장치는 GPS 수신기 옆면과 하단에 알미늄 보호막을 씌우는 방식으로, 현재 어업지도선 인천201호에 설치돼 계속 시험 중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첨단지상파항법서비스(eLoran)를 이용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첨단지상파항법서비스란 GPS가 아닌 지상 송신국 전파를 활용하는 기술로 GPS 전파 교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수신기 가격이 1대에 2천만 원으로 기존 GPS 수신기에 비해 6배 이상 비싸 보급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해수부는 수신기 가격을 보급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용화 목표 연도가 2027년으로 앞으로 2년이나 남은 상태다.

이렇다 할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인천시가 어민들에게 지원한 것은 나침반(2만5천 원)이 전부다. 이에 일부 어민들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러시아 GPS 신호를 잡을 수 있어 북한 전파 교란 영향을 덜 받는다는 신형 수신기를 구매하고 있다. 올 초 어민들이 옹진군청에 이 신형 수신기 구입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계장은 "손바닥만 한 중국산 나침반은 아무 효과가 없다"며 "그걸(나침반을) 5천 개나 갖다줬는데 ‘이거 갖다가 뭘 하냐’며 안 가져간 어민들이 태반"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에서 오는 GPS 신호는 북한에서 잘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더라. 직접 신형 수신기를 써본 어민들 말로는 전파 교란 영향이 80% 정도는 줄어든다고 한다"며 "금액이 300~400만 원 정도 하는데 하루 조업을 못 하면 그 이상의 손해가 나니 자기 돈을 써서라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옹진군 관계자는 교체 비용을 지원하기에는 해당 신형 수신기의 성능이 충분하지 않고, 예산도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인천시도 아직 북한의 GPS 교란에 대비한 조업철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예지기자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