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언 (주)세이프코리아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노상언 (주)세이프코리아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화재가 났을 때 다른 구역으로 확대, 연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축물 개구부(開口部, 통행, 환기 등을 위해 벽, 바닥 등에 트인 부분)에 설치하는 시설을 ‘방화문’이라고 한다.

방화문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으며, 법적으로도 설치가 의무화돼있기 때문에 방화문이 없는 건축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방화문 하나만으로 모든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화문이 설치된 개구부 외에 파이프 등의 설비가 통해 있는 설비관통부를 통해서도 화재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내화채움구조’다. 내화채움구조란 방화구역 내 벽간, 층간, 관통부 등의 접합부 틈새를 내화 성능이 뛰어난 재료로 채워 화재 발생 시 화재와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아주는 제품이다.

이천에 위치한 ‘㈜세이프코리아’는 내화채움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인천공항, 잠실 롯데타워(제2롯데월드) 등의 대형 공사에도 참여했을 정도다.

중부일보는 노상언 세이프코리아 대표를 만나 내화채움구조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노상언 (주)세이프코리아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에서 내화채움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노상언 (주)세이프코리아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에서 내화채움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대한민국의 화재 안전 산업 선도=세이프코리아는 2001년 2월 노 대표에 의해 설립됐다. 건축물의 화재 확산을 방지하고 국민들의 인명과 재산 보호에 기여함으로써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소방활동은 능동적 소방활동과 수동적 소방활동으로 구분된다. 능동적 소방활동에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소화기, 스프링쿨러 등의 시설이 포함돼 있다. 반대로 화재의 확산을 막고, 피난을 위한 수동적 소방활동에는 방화문과 내화채움구조 등이 있다.

세이프코리아는 수동적 소방활동, 그중에서도 내화채움구조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노 대표가 전기 분야를 전공한 만큼 일찍부터 내화채움구조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했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보통 수도관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시설에서는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전기 쪽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합선, 누전 등의 이유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전기 분야에서는 다른 시설 분야보다 먼저 내화채움구조를 다뤄왔다"며 "국내에서도 과거에는 내화채움구조에 크게 관심이 없었으나 변전소 화재 등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내화채움구조는 각 시설의 본래 기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화재와 유독가스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파이프, 배선, 소방설비, 전기장치 등 각 공정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또한 ‘익스펜션 조인트’가 적용된 내진 설계나 ‘커튼월(curtain wall, 벽면이 아닌 기둥과 들보로 건물을 지탱하고, 커튼을 치듯 외벽을 둘러싸는 건축 양식) 등 다양한 건물 구조에 맞춰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뛰어난 기술력이 요구된다.

노 대표는 선도적으로 내화채움구조를 들여온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며 내화채움구조의 원리를 익혔고, 이를 국내에 적용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국토교통부 고시 내화채움구조 인증을 득하는 등 시장을 선도했으며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각종 대형 공사에도 참여하는 등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노상언 (주)세이프코리아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노상언 (주)세이프코리아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신소재 연구 개발의 이유, "안전에는 합의가 없다"=지금은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지만 노 대표 역시 사업 초창기에는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문화로 인해 쓴 웃음을 삼킨 바 있다.

노 대표는 "안전 제품은 제도화되지 않으면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 또한 안전과 관련된 제도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어떤 큰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제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아침마다 기사를 통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지만 실제 내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은 0.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큰 사고가 터지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규정을 만들고 제도화하는 게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사회는 계속 변해가고 있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기계 설비들이 생겨나는 만큼 안전에 대한 위협도 커져갈 것"이라며 "이를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 대표의 지론에 따라 현재 세이프코리아는 단순 현장 시공 뿐만 아니라 신소재 연구 개발까지 직접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내화채움구조의 안전성을 계속해서 높이기 위해서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방수제품의 경우 비가 오면 그 성능을 확인해볼 수 있는 반면 내화채움구조는 진짜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그 성능을 온전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능 테스트와 별개로 내화채움구조가 적용된 구조물마다 환경이 다르고, 기간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노 대표의 설명이다.

노 대표는 "통상 건축물의 수명을 40년으로 본다. 외벽이나 콘크리트 때문이 아니라 파이프와 같은 내부 시설물의 수명이 짧아서 그렇다"며 "내화채움제도 마찬가지다. 테스트를 통해 나오는 성능과 별개로 얼마나 오랜 기간 그 성능을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를 당장에 알 수 없으니 결국 내화채움구조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갖기 위해서는 계속 연구하고, 신소재 테스트를 진행하며 성능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집의 숨은 소방관, 세이프코리아="내화채움구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 그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아 인명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집 숨은 소방관’(우숨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 대표는 향후 ‘우숨소’로서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현재 세이프코리아는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화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제 인증을 획득해 글로벌 경쟁력도 키운다는 복안이다.

마지막으로 노 대표는 "세이프코리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며 "화재 안전을 위한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를 통해 더욱 안전한 건축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내화채움구조 기술을 발전시키고, 보다 안전한 건축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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