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군포 수리사·둔대교회
경기도에는 불교의 전통사찰을 비롯해 천주교의 성지, 개신교 교회, 나아가 유교와 관련한 향교 등 다양한 종교의 성지(聖地)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곳들을 찾는다. 누군가는 소원을 담은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종교적 의미와 관계없이 산책길 삼아 성지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성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결국 성지에서 느낄 수 있는 경건한 기운을 통해 잠시나마 몸과 마음의 안식을 찾고자 함이 아닐까 싶다. 성지는 각 종교에서 갖는 의미들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속에는 여러가지 우리나라의 역사 이야기와 문화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중부일보는 올해 경기도 곳곳에 위치한 여러 종교 성지들을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혼란해지는 지금, 잠시나마 마음의 안식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 편집자 주-
◇천년의 세월 한 자리 지킨 수리사=전국의 시·군 중 3번째로 면적이 작은 군포시를 병풍을 두른 듯 둘러 싸고 있는 수리산. 경기도가 지정한 세 번째 도립공원인 수리산은 군포시민뿐만 아니라 수도권 서남부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힐링 명소로 꼽힌다.
그 수리산 중턱을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키고 있는 수리사가 있다. 수리사에 가기 위해서는 수리산도립공원 탐방안내소부터 가파른 길을 15분 정도 걸어 올라야 한다. 4월 초이지만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차가운 공기를 느끼고, 새순을 조금씩 틔우고 있는 나무들 사이의 가파른 데크 길을 오른다. 작은 계곡에서 들리는 작은 물소리를 들으며 걸어 오르다 보면 말끔하게 정비된 석축과 함께 수리사의 일주문을 만날 수 있다.
산 중턱의 경사지에 자리한 사찰이다보니 올려다보면 한 눈에 수리사 경내를 살피기는 어렵다. 계단을 올라 일주문을 지나면, 수리사 표지석이 보인다. 한자로 적힌 수리사의 이름 밑에는 이곳이 군포8경 중 2경임을 알리는 문구도 적혀 있다.
안내석 옆의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수리사의 대웅전을 만날 수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종각과 나한전이 자리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요사채와 공양전이, 뒤편에는 삼성각과 미륵전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수원 용주사의 말사로 운영되고 있는 수리사는 사실 신라 진흥왕(540~576)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창건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왕손(王孫)인 운산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몽불수기(夢佛修記) 부처를 친견하고 당래에 반드시 부처가 된다는 기별을 받고 이름을 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전통사찰 제86호인 수리사는 전성기에는 36동의 건물과 12개의 부속암자를 가진 대규모의 사찰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전소됐는데, 의병장인 홍의장군 곽재우가 재건하고 이곳에서 말년에 입산수도(入山修道)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후 6.25전쟁 때도 화마를 입게 되고, 1990년대 후반부터 다시 중창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불경 소리가 이어지는 대웅전 옆의 편강약수 한모금은 수리사까지 올라오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는 등산객들에게 새 힘을 불어 넣어준다. 마시고 건강하고 장수하라는 의미가 담긴 편강약수를 한 모금 마신 후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본다.
대웅전 앞 마당에는 아미타불을 안치한 노천 불전이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는 불자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아미타불의 좌대는 거북이의 형상이자 미륵불이 누워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거북이가 아미타불을 모시고 수리사로 들어오는 모습이기도 하고, 미륵불이 아미타불을 배에 품은 모습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2003년에 신축된 대웅전은 정면·측면 각각 3칸의 규모로 내부에는 삼존불과 후불탱화가 봉안돼 있다.
대웅전을 나와 오른쪽을 살펴보면 화려한 범종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13년에 설치된 범종은 새겨진 부조가 화려하게 채색돼 있어 눈길을 끈다. 종각을 지나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을 볼 수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정원에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 피어 오를 것이다.
나한전에는 결가부좌로 앉은 석가모니불과 관음보살, 지장보살이 500 나한과 함께 모셔져 있다. 삼존불 뒤에는 후불탱화 ‘영산회상도’가 있는데,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10대 제자, 8대 보살, 사천왕 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나한전을 나오면 부모은중경탑과 삼성각과 미륵전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계단 초입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작은 불상들과 소원을 담은 듯 돌을 쌓아 작은 탑을 만들어 둔 모습도 보인다.
삼성각에는 배를 깔고 엎드린 호랑이의 앞에 앉아 있는 산신이 새겨진 목각탱이 걸려 있고, 그 옆 미륵전에는 미륵불의 머리 부분으로 추정되는 불상의 일부를 모셨다.
삼성각과 미륵전 앞의 난간에 서서 내려다보면 수리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저 멀리 군포시의 모습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또한 불자들이 각종 소원을 담은 나무 표찰들도 걸려 있다.
◇계몽의 역사 간직한 군포둔대교회=수리사를 내려와 납덕골을 지나 반월호수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이번에는 1900년대 당시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선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담은 교회를 만날 수 있다.
반월호수를 따라 모여있는 음식점거리 끝자락에서 1930년대 군포지역 농촌계몽운동을 이끌던 박용덕 선생의 집 ‘군포 둔대동 박씨 고택’을 만날 수 있고, 그 옆길을 따라가면 계몽운동의 현장 ‘둔대교회’가 나온다.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낡은 현수막에 방수포로 지붕이 뒤덮인 근대 한옥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경기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둔대교회 건물이다. 1936년 지어진 둔대교회는 우진각 지붕에 독특한 구조를 가진 한옥 건물로, 정면에 입구가 위치하는 전통 한옥과는 다르게 우측면에 박공지붕으로 돌출시켜 현관을 냈다.
지금은 지붕에서 빗물이 새면서 보수를 앞두고 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방수포가 씌워져 있지만 파란색 기와가 씌워진 둔대교회 건물은 한옥에 교회의 기능을 부여한 절충형 근대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전통 목조건축방식을 사용했지만, 출입구 맞은편의 조적벽을 제외한 내벽과 천장은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내장돼 있고, 외벽은 모르타르로 덧바르고 페인트가 칠해졌다. 지붕은 시멘트 기와로 덮었고, 출입구에는 알루미늄 도어가 설치되는 등 완벽한 원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절충형 근대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희소한 건물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둔대교회는 1902년 군포 둔대동 유지 박영식의 저택(군포 향토유적 둔대동 박씨 고택)의 사랑채에서 황삼봉이 시작한 감리교 예배와 교육을 계기로 됐다. 배재학당 출신의 황삼봉은 박영식이 손주 박용덕을 위해 초빙한 가정교사였는데, 가정교사로 활동하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농촌 계몽운동과 예배, 신학교육을 시작했다.
이에 감명받은 박영식이 토지를 기증해 교회를 세울 수 있게 했고, 약 10평 규모의 토담집으로 교회를 열었다. 이후 건물이 노후되자 1936년에 박용덕의 동생 박인기 장로의 주도로, 박영식이 기증한 둔대동 434번지에 지금의 건물을 세웠다.
둔대교회는 1907년 세워진 안산 샘골교회와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교류가 많았다고 한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는 주인공 채영신이 후원회장 염석주에게 땅을 기증받아 계몽운동을 진행할 강습소를 세우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샘골교회의 채용신과 둔대교회의 박용덕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일찍이 농촌계몽운동을 실천한 군포 둔대교회의 영향력과 경기서남부 계몽운동의 확산을 짐작할 수 있다.
마당에서는 아궁이의 모습부터 옛날에 지하수를 퍼 올리는 데 사용한 ‘작두 펌프’, 오래된 십자가탑, 놀이터 놀이기구들을 볼 수 있다. 바닥에는 최근에 새로 그려진 듯한 사방치기 판도 볼 수 있었다.
◇4월, 군포에서 힐링=군포의 4월은 걸으며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반월호수 산책로를 지나 둔대교회를 들러 수리사까지 둘러본 다음, 임도오거리에서 철쭉동산 방향으로 경로를 잡아 트래킹에 나서는 것도 좋다. 수리산의 임도는 군포시 곳곳으로 이어져 있으니 자신의 취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보도록 하자.
수리산과 이어진 철쭉동산은 군포시의 대표 명소로 꼽힌다. 4월 중순즈음부터 약 2주간 피어나는 수만 본의 철쭉꽃은 진분홍의 물결을 이뤄내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오는 19일부터 27일까지 군포철쭉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군포철쭉축제는 해마다 수십만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수도권 서남부의 대표 봄꽃 축제로, 올해에는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문화사계 ‘봄’ 행사와 함께 개최된다.
축제가 열리는 철쭉동산에 인접한 초막골생태공원에서의 산책도 추천한다. 자연을 그대로 활용해 조성한 초막골생태공원은 맹꽁이습지원, 다랑논, 하천생태원, 물새 연못, 야영장, 어린이 교통체험장을 갖췄으며, 소나무와 전나무, 꽃사과, 계수나무 등 10만여 그루의 나무와 100여 종의 꽃과 풀을 볼 수 있다.
이번 봄, 군포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우리 역사를 함께 알아보는 힐링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임창희기자
사진=임채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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