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몇 년을 기다린 끝에 마음에 쏙든 홍매화 세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지난 겨울 폭설에 꺾이고 뽑힌 살구나무 자리에는 사과나무를 심었다. 매화 꽃망울이 맺힌 것을 심었더니 매화꽃이 예쁘게도 피었다. 온도량과 바람의 풍향에 따라 매화꽃 향기가 안의비설신의 육식 중에 비식, 안식, 의식을 즐겁게 한다. 매화 향기는 어느 꽃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최고의 향기이다.

두 그루가 능수매화라 죽죽 늘어진 가지에 핀 꽃을 보면서 눈이 호사를 누리고 향기를 맡으면서 코가 호사를 누린다. 해질녁에 긴 호스로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나무둥치에 맞게 물집을 둥글게 만들어 한가득 채워 나무들이 물을 먹게 한다. 수관을 따라 쭉쭉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면 꽃잎의 생기가 바로 돋아남을 느낄수 있다.

옛 조사 스님들의 말씀에 태어남도, 죽음도 없고 오고 감도 없고 생사가 둘이 아니라고 하였다. 어떤 인연으로 이팝나무를 몇 그루 심어 해마다 하얀 꽃을 봤었다. 그렇게 풍성하게 꽃이 피었는데도 이상하리 만치 벌과 나비가 찾아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알고 보니 꽃에 향기도 꿀이 되는 밀원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또 여름이면 다들 찾는 나무 그늘도 없었다. 그렇지만 몇년의 세월을 함께 한 정이 있어 매정하게 쉽게 보낼수 없었다. 이팝나무의 목신이 바로 옆 홍매화에게로 옮겨 이사를 가라고 오색실로 묶어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생과 사가 둘이 아님을 설하는 법성게와 반야심경을 독경해 위로 하였다.

해마다 봄이면 4월 5일 식목일쯤에 현덕사 경내에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어 놓고 물을 주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면 어느덧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손가락 굵기의 소나무가 어느새 자라 거목이 되었다. 느티나무도 심을 때는 저게 언제 커서 나무 그늘을 만드나 했는데 어느새 세월 따라 훌쩍 자라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에서 쉴 수가 있는 큰 나무가 되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이익이 너무나 많다.

특히 느티나무와 감나무를 많이 심었다. 느티나무는 내게 고향같은 나무다. 어렸을때 동네 가운데 큰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지금도 그자리에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어느 시골마을에 가면 마을 어귀나 동네가운데쯤 오래된 큰 느티나무가 있다. 요즘에는 나무둘레에 시멘트로 평평한 자리를 만들었지만 예전의 느티나무 아래는 빙둘러 넓적한 돌을 깔아 놓았었다. 수십 명이 앉고 누워 놀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어렸을적 여름날은 느티나무 그늘에서 돌에 줄을 그어 꼰을 놀고 잔돌을 주워다 깔래를 하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느티나무를 많이 심었고 좋아한다.

이렇듯 나무가 우리 인간들에게 주는 것이 참 많은 것이다. 느티나무보다 더 많은게 감나무이다. 오래된 예전의 고목나무도 있지만 내가 직접 심은 단성감나무도 몇 그루나 된다. 감나무야 말로 우리 모든 생명들에게 최고의 나무이다. 지금도 나의 처소 뒤 처마밑 작은 단지 속에 곶감이 가득 들어 있다. 몇 년된 것도 있다 해마다 누군가가 보내준 곶감을 잘 말려서 보관한다. 그래서 가끔씩 생각나면 꺼내 먹는다. 분이 하얗게 난 곶감맛도 좋지만 하나만 먹어도 요기가 되고 힘이 난다. 설 전까지는 홍시도 먹었다. 따지 못한 감은 겨우 내내 템플스테이 온 사람들이 따 먹기도하고, 그래도 다 못 따 먹은 것은 산새들의 겨울 양식이 된다.

봄에는 어린 감잎을 따서 차로 만들어 마시면 감나무잎의 은은한 차향이 입안 가득하다.

지금까지 현덕사에 내가 직접 심었던 나무들이다. 느티나무 소나무 감나무 가죽 마가목 단풍 이팝 매화 홍매화 제피 겹벗꽃 때죽 자두 살구 모과 사과 복숭아 배나무 등이다. 모르긴 해도 몇 가지는 더 있을 것이다. 그래 주목하고 홍목련이 빠졌다. 지금 홍목련이 피기 시작해서 며칠 내로 활짝 필 것이다. 나무를 심으면 봄이면 예쁜 꽃을 볼수있고 꽃이 지고 나면 과일이 열리다. 그리고 익으면 따 먹을 수 있어 좋다. 마트에서 산 과일보다는 절에서 난 과일이 확실히 맛 좋았다. 한 여름의 무성한 녹색 나뭇잎은 눈을 편안하게 하고 그늘을 만들어 뭇 생명들이 깃들어 쉬게 한다.

가을이면 예쁜 단풍잎으로 치장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이렇게 나무들이 우리를 이롭게하고 기쁨을 준다. 이 봄날이 다 가기전에 어느 곳이든 한그루의 나무를 심어 세상을 푸르게 해야 우리들의 삶도 항상 푸르고 건강한 인생이 될 것이다. 나무를 심는것은 건강을 심고 행복을 심고 아름다운 삶을 심는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자.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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