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일을 이틀 앞두고 헌법재판소 주변 '진공상태화'를 완료했다고 밝힌 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임채운기자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일을 이틀 앞두고 헌법재판소 주변 '진공상태화'를 완료했다고 밝힌 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임채운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에도 애초 우려됐던 큰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배경에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교훈으로 삼은 경찰의 철저한 대비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북부경찰청은 탄핵 선고일인 지난 4일 기동대 19개 중대를 서울의 주요 거점에 배치했고 ‘갑호비상’ 해제로 당일 12개 중대가 철수했다.

나머지 7개 중대는 혹시 모를 우발 사태를 대비해 서울 지역에서 하룻밤 숙영한 뒤 5일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부청 1급지 경찰서의 비상설부대는 과천시 정부청사, 정당 도당사, 국회의원 사무실 등 도내 주요 거점에서 근무하다 선고 당일 철수했다.

경찰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찬반 세력 간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물리적 충돌을 넘어 폭력 시위를 대비해 사실상 전 경력 투입에 나섰으나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상황을 마무리했다.

도당사에 투입됐던 한 경찰관은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돌발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탄핵 선고일 당시 안국역 앞에 세워진 경찰 버스를 곤봉으로 부순 20대 남성을 제외하고는 난동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고 인명 피해 또한 없었다. 헌재가 "파면한다"고 주문할 때 일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한 것 외에는 신경전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는 경찰 버스를 탈취하는 등 극성 난동 사태가 벌어지면서 4명이 숨졌던 것과는 크게 상반된 모습이다.

무탈하게 지나간 배경에는 경찰이 강도 높은 대비 태세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선고일 사흘 전인 1일부터 헌재 주변 100m 이내에 경찰 버스 차벽을 세워 ‘진공 상태’(일반인 접근 불허 구역)로 설정했다. 2일부터는 범위를 150m까지 넓혀 인파 밀집을 원천 차단시켰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경찰 차단선이 헌재와 가까웠던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헌재 밖에서도 집회가 진행된 곳곳에서의 충돌 가능성도 있었지만, 헌법재판관들의 만장일치 인용으로 보수 세력이 집회·시위를 이어갈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경찰에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사법기관이 무차별적으로 훼손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경찰로서는 자존심을 구긴 셈이었는데, 이번 탄핵 선고일을 대비해선 폭력 사태가 발생할 여지를 완전히 봉쇄한 게 효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탄핵 선고 전부터 찬반 집회가 이어져 왔고, 물리적 충돌이나 폭력 집회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며 "서부지법 사태는 경찰이 예견에 실패했던 상황으로 이를 교훈 삼아 치안 대비 태세를 강력히 취한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종료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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