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한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근래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자영업자의 신용 등급과 소득 수준이 하락하였다. 저소득 자영업 차주가 2023년 말 48만 명에서 2024년 말 50만 명으로 증가하고 저신용 차주는 20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큰 폭 늘어났다. 중신용 및 중소득 차주가 저신용 및 저소득 차주로 전락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영업 연체 차주는 2022년 6월 4만8천 명에서 2024년 말 14만8천 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저신용 또는 저소득이고 다중채무를 갖고 있는 취약 자영업자 차주의 연체율은 2024년 말 현재 11%대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사정을 반영하듯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 사이에 약 20만 명의 자영업자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해진 원인은 경기적 요인에다 구조적 요인이 겹친 탓이다. 자영업은 내수 밀착형으로 내수 경기에 크게 의존하는데 코로나19 이후 내수 경기가 장기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근래에는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12월 3일 계엄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여기에 그간의 법정최저임금 상승 등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 역시 자영업자 경영난에 한몫하고 있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개인 중심 소비문화, 비대면 선호, 빠른 디지털화 등이 지목된다. 개인 중심의 소비문화 확산은 단체 회식문화를 즐기던 시기에 비해 외식 수요를 절대적으로 줄어들게 하였다. 직장에서의 회식이 저녁에서 점심으로 대체되고 2차 문화가 크게 줄었다, 비대면 선호에 따른 온라인 쇼핑 이용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도소매업, 음식점 등에 대한 구매 수요를 기업형 업체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대체하기도 하였다. 온라인 플랫폼, 무인 키오스크, 간편결제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화는 새로운 각종 수수료 부담이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디지털화는 인건비 감축 효과도 있으나 아직 비용 증가 부분이 큰 상황인 것이다.
자영업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2025년 1월 현재 552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2천780만 명)의 약 20%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가 고용한 취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다. 자영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개인사업체에 종사하는 사람 수는 2023년 현재 889만 명으로 전체 종사자 수의 35%를 차지한다. 개인사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영세 자영업까지 포함하면 1천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일자리 제공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자영업은 우리 삶의 곳곳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사회 후생에 기여도가 높다. 집 또는 회사에서 밖으로 나가면 볼 수 있는 음식점, 편의점, 슈퍼, 도소매점 등이 대부분 자영업이다. 우리 주변에 이러한 상점들이 없다면 불편함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만큼 자영업은 국민의 실생활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자영업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워 물건값이 저렴한 것도 서민경제에 이롭다. 이렇듯 자영업은 경제 생태계의 큰 부문을 차지하며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풀뿌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자영업의 생태계 유지는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자영업 지원책이 절실한 이유다. 우선 경기적 요인에 의한 영업 부진으로 겪고 있는 경영난을 경감해 주어야 하겠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소상공인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여러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책 금융 지원과 함께 배달료, 임대료, 전기료 등 고정비용 부담 완화 대책이 포함되었다. 한국은행도 올해 1월 자영업자를 포함하는 저신용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시특별지원 규모를 5조 원 확대하였고,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이 중 약 1조 원을 운용하고 있다. 시장과의 소통과 모니터링을 통해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하겠다. 중장기적으로 자영업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내수 부진의 영향은 경기 사이클(business cycle)에 따라 지금 나쁘더라도 향후 좋아질 수 있으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자영업의 생태계가 영구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영업자 디지털화를 위한 인프라 지원과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디지털화에 따라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각종 수수료가 투명하고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향후 디지털화, AI 확산 등이 민간의 소비 행태나 유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여 자영업의 생태계 유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
이범호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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