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위대한 대학이 일찍이 없었으니, 여기에서 당신은 1페니(penny)를 내고 학자가 될 수 있다네!" 1667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 존 휴튼은 커피하우스의 공헌에 대하여 과장이라고 할 정도로 그것을 높이 평가했다. 처음 커피하우스가 런던에 문을 열었을 때 그곳은 가난한 사람과 부자, 학식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등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사귀는 곳이었다. 커피하우스는 곧 '젠틀맨의 훈련 아카데미'라는 평판을 얻었고 런던 명사들의 사회생활을 매력적으로 가꿔주는 장소가 되었다. 그곳에서 예술과 사업 그리고 모든 다른 지식을 증진할 수 있으며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탐구적인 사람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지식을 하루 저녁에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커피하우스는 지적이고 민주적인 측면에서 사귐의 장소로 독특한 지위를 형성해 갔다.

커피는 다른 무엇보다 개인의 기호가 선택의 기준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커피를 둘러싼 수많은 전설이 만들어졌고 그런 전설에도 역사적 사실이 숨어있다. 커피나무가 원초적 생명력을 발휘하며 수십 세대를 이어 온 긴 시간 동안 인류는 그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살아 있는 식물로써의 생명을 가진 커피나무는 햇살에 반짝이는 잎들을 한껏 드러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나무를 발견하지 못했다. 커피나무는 약 한 세대(30년) 정도 생장하며 평균적인 양의 열매를 맺고 길어야 100여 년이면 수명을 다한다. 이런 커피 열매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결정적 역할을 먹이를 채집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새가 도맡았다. 그래서 농부들은 커피나무를 두고 "새가 심었다"라는 전설을 이야기한다.

길고 먼 커피나무의 역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전 세계에서 재배되거나 자연에서 채집된 커피 열매는 모든 대륙, 모든 나라의 기호식품으로서 최고의 음료 문화적 지위를 이끌어오고 있다. 커피나무는 같은 품종이더라도 그것이 자라는 지리적 위치, 즉 위도와 고도의 영향을 받아 향미가 다른 열매를 맺는다. 특히 화산재가 퇴적한 곳에서 고급스러운 향미를 내는 커피가 자란다. 자연환경이 충족된 곳에서 자란 커피(Coffea)라는 식물이 야생하던 시원지는 에티오피아의 서남부 지방 ‘카파(caffa)’이다. ‘카파’야말로 커피나무의 생육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으로 개략적으로 북위 7~8도 사이, 동경 36~37도 사이의 중심지역을 차지한다. 커피나무는 평균 해발 1천200~3천 미터 고지대에서 연중 섭씨 12도와 26도를 오르내리는 혼화한 기후에서 자란다.

1632년 프랑스인 미뉴엘 드 알메다에 의하여 아름다운 땅 카파가 세상에 알려졌다. 커피의 시원지 카파는 ‘만물이 소생하는 땅’ 또는 ‘신이 주신 풍요로운 땅’이라는 뜻이 있다.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이 지역을 가리켜 막스 그뢸은 "아프리카의 티베트"라고 부르며 이렇게 칭송했다. "창조주가 중부 아프리카에 위대한 원시림을 창조할 때 그중 한 조각을 떼어내 루돌프호수(지금의 투르카나호) 북쪽 산악지대로 던졌다. 카파라는 흑암의 아름다운 삼림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흑암의 아름다운 삼림지 카파는 현재 이 세상 모든 곳, 거의 모든 도시에서 환한 불을 밝힌 채 사랑의 대화와 탐구와 배움의 열정으로 향과 빛의 초원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서너 번째 가는 커피 수입국이 되었다. 커피 수입액 또한 10억 달러가 넘는다.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023년 기준 405잔이다. 더 나아가 다수의 바리스타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고, 전국 어디를 가든지 양질의 향기로운 커피를 구미에 맞게 마실 수 있다. 한국의 커피 문화는 몇 년 만에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독자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다. 특히 ‘카페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이 두드러지며 많은 사람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커피하우스를 찾는다. 물론, 그중에는 전문적인 커피 맛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커피와 함께(with coffee) 일상의 필요를 채우는 공간으로 커피하우스를 활용한다.

커피하우스는 커피를 매개로 다양한 문화 공간을 형성했다. 이제 현대 커피하우스는 1페니 대학을 넘어 인류 문화를 다시 쓰는 일종의 세계사가 되었고 만남의 성지를 만든다.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 또는 문화 공간 등에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커피가 하고 있다. 특정 커피 브랜드의 커피하우스가 특정 지역에 문을 열면 그 지역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화적 명소로 변모한다. 물론,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게 커피의 힘이다. 아니, 커피를 매개로 하는 문화의 힘이다.

차종관 세움교회 목사·성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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