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9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경기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인천경제자유구역,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등이 항만에 입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수출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근무하면서 기업을 유치할 때 항만의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몸소 체감했다. 기업인들은 항만 운영의 효율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물류 및 유통 기업은 입지를 결정할 때 항로의 수, 물류 처리 시간과 비용 등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 물류 처리와 관련된 항만의 경쟁력이 높을수록 인근 경제자유구역이나 산업단지에 기업 유치가 활발히 이뤄져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즉 평택항 발전은 지역경제 발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평택항은 자동차 수·출입 부문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아·현대, KG모빌리티 등 자동차클러스터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덕분이다. 그러나 항만의 경쟁력은 단순히 물동량 수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효율적인 항로 운영, 배후단지 조성, 물류 인프라와의 연계성, 그리고 무엇보다 항만이 지역사회와 맺는 관계가 미래 성장의 핵심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평택항 친환경·친시민 복합경제 항만 조성’ 역시 단순한 물류 기능 확장을 넘어 항만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대전환의 출발선이다.

평택항은 물류 중심, 산업 중심 항만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평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주변 환경은 소음, 매연, 교통 혼잡 등으로 오히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평택 시민들이 바다를 접할 기회가 없고 바다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구 국제터미널 부지 등 친수구역이 있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친시민 항만’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항만이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평택항의 지속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친시민 항만이란 무엇인가? 이는 단순한 시민 접근성 향상이 아니라, 시민이 항만공간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도시 계획적 개념이다. 장기적으로는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단기적으로는 평택 시민의 휴식 공간이라도 조성해야 한다. 예컨대 평택항에 조성될 ‘생태형 항만공원’은 순천만 국가정원처럼 지역 주민과 외부 관광객 모두를 아우르는 휴식과 교육, 문화의 공간이 될 수 있다. 165만여 ㎡(약 50만 평) 규모의 생태공원 조성안은 친환경 항만의 상징으로, 항만 관계자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평택항을 자신의 공간으로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 항만의 경제성과 효율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평택항은 2010년 1단계 배후단지 조성 이후 2, 3단계 배후단지 개발을 앞두고 있다. 신속한 재정 투자를 통해 1천320만여 ㎡(400만 평) 규모의 배후단지를 신속히 조성해야 자동차, 반도체, 수소산업 등 전략 산업 유치가 가능하다. 이는 평택 서부권 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정기 항로를 확대하고 선사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정기 항로의 확대와 다양화는 평택항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평택 내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등에 기업을 유치할 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포승~평택간 만성 정체 도로의 확장, 대체도로 건설, 포승철도 조기 개통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안중역을 중심으로 GTX-A·C 연계나 KTX 접근성 향상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면 평택항의 기능은 국내외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이 ‘위로부터의 개발’이 아니라 ‘시민의 의견이 반영된 참여형 개발’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물류허브를 넘어 평택시민이 자부심을 느끼고, 주말이면 항만 공원으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갈 수 있는 항만. 그것이 진정한 친시민 복합항만의 모습일 것이다.

평택항은 이미 충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이다. 환경과 시민, 경제가 조화되는 복합경제항만의 비전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 그 출발점이다.

최원용 전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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