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생활쓰레기 엉겨붙고
인근 식당서 폐기름 투기하기도
단속 근거 없어 '구두 경고' 한계
투기 않거나 청소만이 유일 해법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장마철엔 아무리 정비를 해도 침수 신고는 끝없이 들어오죠."
24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골목길에선 빗물받이 막힘 민원 해결을 위해 이물질 제거 작업이 한창이던 작업자는 이같이 말하며 꽉 막힌 빗물받이를 들어올렸다.
이 작업자가 들어올린 빗물받이에 충격을 가하자 엉겨붙어 있었던 기름 찌꺼기와 각종 오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폐기름에 흙, 담배꽁초, 생활쓰레기 등과 엉겨붙으며 슬러지를 형성해 배수로를 막은 것이다.
배수로 벽면을 타고 두껍게 형성된 슬러지는 끌과 삽을 동원해 제거된 후 고압수 세척과 준설차 펌프 작업까지 수차례 거친 후에야 본래의 모습대로 돌아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해 대비 빗물받이·오수관 관리 철저’를 강조하면서 정비담당자 등은 연일 빗물받이 정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현장점검 중이던 영통구청 공무원들은 해당 빗물받이에 인근 식당 등에서 폐기름과 오물을 투기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구두로 경고하는 것 외에는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영통구청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 빗물받이에 오물을 투기하는 것을 단속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가 없기에 개인의 양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확인한 팔달구 인계동 번화가 곳곳의 빗물받이에서도 상당한 양의 담배꽁초들과 각종 오물이 나왔다.
팔달구청이 해당 지역에 대해 지난달 31일 빗물받이 준설정비를 완료했지만, 상습적인 오물 투기로 불과 3주만에 다시 오물이 쌓인 것이다. 집중호우 시 이러한 오물로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도로나 주택 등이 잠기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지속적인 청소 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시는 지난 3월께부터 현재까지 관내 빗물받이 약 6만 2천여개 중 90%가량의 빗물받이에 대한 점검·정비와 배수관로 신설 등의 조치를 완료했다. 올해 시가 하수시설 유지보수와 준설 작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각 10%씩 인상한 40억 원, 28억 원이다.
이 같은 수해 방지 노력에도 악취 등을 이유로 인근 주민들이 아예 빗물받이에 고무판 등을 설치해 완전히 막아두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약 10년 전부터 경기도 내 전역에 평상 시에 배수구멍이 닫혀 있다가, 비가 올 때 수압에 의해 개방되는 형태인 ‘악취차단형 빗물받이’가 보급되는 중이다.
악취차단형 빗물받이는 악취 차단, 오물 투기 방지, 신속한 정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실무자들은 개폐장치의 고장이 잦은 데다가 배수구멍 자체도 일반 빗물받이보다 면적이 좁아 정작 배수 자체에는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결국 빗물받이에 오물을 투기하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수해 방지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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