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승(54) 수미들목장 대표는 우직한 소처럼 양평에서 30년 간 ‘낙농업 외길’을 걸어왔다. 현재 약 3천967㎡의 목장에서 110마리 젖소를 키우고 있는 박 대표는 과학화 영농을 선도적으로 시작해 미래농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기부를 실천하는 등 더불어 사는 농촌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2007년 경기도의회에서 농업 발전기여 표창, 2020년 양평군에서 나눔 문화 활성화 유공 표창, 2024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미래농업선도 기여 표창 등 많은 수상을 받았다. 아울러 이달에는 자립·과학·협동 등 새농민운동 3대 정신을 실천하는 농업인들에게 주어지는 농협중앙회의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IMF 딛고 낙농업에 뛰어들다=박 대표는 도시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다가 IMF를 겪고 1998년 양평으로 오게 됐다. 당시 목장을 운영하던 외삼촌의 도움을 받아 1999년에 축사를 완공,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젖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잔꾀를 부리기보다 성실하게 일에 몰입하는 성격인 박 대표는 낙농업을 처음 접했을 때 ‘내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외삼촌이 하던 목장 일을 접해보니, 사람하고 안 부딪혀도 되고 나만 열심히 하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고된 일을 매일 하지 않고도 규칙적으로 일정한 양의 우유를 생산할 가능성이 보였다"며 "한우는 3년 정도를 키워야 돈이 되지만, 젖소는 매일 우유를 짜내니 보름에 한 번씩 돈이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661㎡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축사가 현재는 약 3천967㎡로, 양평군에서 10번째로 큰 목장이 됐다. 또한 처음에 미혼인 상태로 양평에 내려왔지만, 지역에서 아내 김혜원(50) 씨를 만나 딸 둘의 단란한 가정도 이뤘다. 아울러 지금 그는 서울우유협동조합에 하루 1.7t(톤)가량의 우유를 납품하는 ‘큰 손’ 조합원이다. 서울우유는 경기도,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우유를 납품받고 있는데, 1t이상 납품하는 농가는 전체 1천400여 농가 중 500여 농가에 그친다.
◇여기보다 편한 목장 없‘소’=박 대표는 양평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목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키우는 소의 마리 수는 규모에 비해 적다. 수미들목장의 최대 수용 가능한 두수는 270마리지만 현재 수용된 두수는 110마리로, 통상적인 목장이 13㎡에 1마리를 키우는 반면 박 대표는 33㎡에 1마리를 키우는 셈이다.
박 대표는 "많이 키운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목장에 소들이 꽉 차면, 질병에 노출되고 빠르게 죽는다. 젖소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개분무기’ 또한 젖소 농가 사이에서 선도적으로 들여왔다. 안개분무기는 소들의 온도 조절을 위해 축사 천장에 설치하는 일종의 ‘수분 공급 기계’다.
여름철만 되면 우유 생산량이 떨어질 정도로 소는 더위에 취약한 동물이다. 이에 따라 일반 축사에서는 지붕 위에 주기적으로 호스로 물을 뿌려서 햇볕으로 인한 열을 내렸다.
그러나 박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시설채소농가들이 안개분무기를 설치해 엽채류에 물을 공급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축사에도 설치를 시도했다.
당시 축사에 설치할만한 길이의 안개분무기는 없었고, 그는 해외직구를 통해 여러 장비를 구매해 직접 조립한 다음 천장에 안개분무기를 설치했다.
호스를 통해 30분에 한 번씩 천장에서 안개 형식으로 수분이 공급되자, 더위로 인한 소들의 스트레스도 내려갔고 이전보다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해낼 수 있었다.
현재는 안개분무기로 축분(톱밥과 소의 배설물 등을 혼합한 축사 바닥에 까는 물질)의 발효에 필요한 BM활성수(좋은 균으로 구성된, 발효 기능이 있는 유기물 성분의 액체)를 물과 섞어 축사 전체에 분사하는 자동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소들의 더위를 내려줄 뿐만 아니라 축분의 발효를 촉진해 좋은 거름을 만들고, 축분 안에 있는 암모니아 등 악취 성분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박 대표의 이러한 선진농업으로 현재 양평에서는 축사 준공 허가 조건에 안개분무기 설치가 필수로 포함됐다.
박 대표는 아프거나 발정이 난 소를 원격으로 찾아내는 ‘발정탐지기’도 2000년에 선도적으로 들여왔다. 소의 목에 발정탐지기를 걸고 인근에 안테나를 설치하면, 해당 수신기가 1㎞반경에 위치한 이상이 있는 소를 탐지해 박 대표의 핸드폰으로 알림을 보낸다. 박 대표가 축사와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에 있어도 핸드폰으로 소의 상태를 모두 점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젖소가 편안해야 좋은 우유도 나올 수 있다"며 "다른 목장 우유 생산량이 마리 당 하루에 30㎏ 정도라면, 우리 목장의 젖소는 32~33㎏정도다. 쾌적한 환경이 최적의 생산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에는 젖소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계절인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임신을 시키지 않고 쉬게 해주는 일종의 ‘산후조리원’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그러면 생산량은 적더라도 고품질의 우유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기부로 더불어 사는 삶=박준승 대표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연말 면사무소를 통해 지역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들에게 쌀을 기부해왔다. 10㎏씩 300포대의 용량으로, 한 사람이 하기에는 제법 큰 양이다.
마을에서는 이미 ‘기부천사’로 잘 알려진 그는 "중간에 어려운 시기가 있어 한 해는 기부를 못했는데, 그다음 연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농촌은 인구가 적어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기부는 빼먹지 않고 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아직 청년농업인으로 통한다"며 "앞으로 농촌에 젊은 사람이 많이 들어와 무언가 하나씩 심고 길러 자리를 잡으며 더 크고 활기찬 공동체가 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앞으로 낙농업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발전시켜 젊은 사람들도 잘 유입되고 질 좋은 우유가 생산될 수 있는 열린 농업, 더불어 사는 농촌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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