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제도는 1948년 제정헌법과 1949년 지방자치법에 의해 도입된 이후 1960년 4·19혁명 직후까지 강화되었다. 하지만 5·16 군사쿠데타 후 1961년 지방의회 해산 및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에 의해 중단되었고, 1972년 유신헌법에 의해 통일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이러한 지방자치가 재개된 것은 1988년 지방자치법의 개정 이후 본격적으로 1990년대에 이르러 재개되게 된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1994년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1995년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동시선거의 실시, 직할시 폐지 및 광역시 도입이 이루어졌으며, 김대중 정부에서는 중앙정부의 행정권한에 대한 지방이양, 지방자치에서의 주민참여에 관한 권한 확대 등 지방자치 제도가 점차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러한 지방자치 제도의 핵심은 지방행정체제의 변화와 지방분권·주민주권의 강화로 요약된다. 지방분권의 강화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최대한 지방정부에 맡기고, 지방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만 개입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중앙정부의 행·재정적인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주권의 강화는 주민들이 지방정부 정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강화시키고 주민들의 삶의 질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지방분권과 주민주권의 강화는 지방자치를 통해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더 지역에 부합하는 정책을 통해 더 바람직한 국가운영을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지방행정체제는 이러한 지방자치를 시행하기 위한 기본 체제 또는 레짐(regime)으로 이해될 수 있다. 지방행정체제는 지방행정의 계층과 행정구역, 지방행정기관의 기능 또는 사무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지방행정계층은 지방자치가 재개된 이후 광역지방자치단체(시·도)와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의 2계층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치단체의 관할구역과 수행해야 할 기능 등이 지방자치법 등에 의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왔다.

이러한 지방자치제도가 점차로 복잡해진 까닭인지는 몰라도, 일반 시민들이 그 필요성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필자는 다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우리 사회경제가 고도화되고 선진화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법과 제도가 복잡해지는 것은 불가피하고,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이에 적응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의 주거지의 명칭이 어느 날 갑자기 특례시나 특별자치도로 바뀌고, 어떤 시·도가 통합을 한다거나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생겼다거나, 우리 지역에 주민자치회가 도입되었다는 등 본인의 생활과 밀접하지만 생소한 변화를 경험하고 그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한마디로 그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구조나 지방정부의 정책에 대한 수요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도권 인구집중과 지방소멸, 산업구조의 변화와 기술발전, 시민의식의 성장 등 우리 사회가 복잡해지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민주권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지방정부는 이 변화에 따라 효율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제도적 심화는 이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조치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 이름에서 ‘특’ 또는 ‘특별’이라는 용어를 붙인 이유는 그 지역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타 지역들과 다른 특성을 지닌 지역의 차별적인 행정수요가 존재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함이며, 새로운 정책사업들이 주민의 복리와 민주주의를 강화시키려는 취지에서 추진됨을 이해할 때 우리는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더욱 잘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분권제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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