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의 중요성을 말할 때 흔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떠올린다. 이는 중국의 사상가 맹자의 어머니가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세 번 이사한 일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교육에 있어 주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로 교육의 가치를 강조한다. 교육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국가의 미래와 개인의 성장을 좌우하는 장기적 과제이므로 정책 수립에 있어 100년을 내다보는 통찰이 요구된다.

이처럼 교육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사회 발전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도시 확장 과정에서 신도시 개발이 집중되었고, 대규모 주거단지에는 학교들이 신설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원도심 지역의 학교들은 점차 노후화되고 있다. 그 결과 신도시와 구도심 간 교육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학업 성취도의 차원을 넘어 도시의 공간 구조와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사회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 여건의 불균형은 주거 선호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인구 분포의 불균형과 주택 가격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교육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으로 중산층 이상의 가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해당 지역으로의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반면, 교육 여건이 취약한 지역은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공동화 현상이 심화된다. 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노후된 구도심지역의 경우 교육적·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세대간 빈곤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지역 주민 간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된다.

교육격차는 단순한 교육 문제를 넘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도시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교육 여건을 핵심 요소로 반영하고, 도시환경 개선과 교육복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격차 해소는 도시 문제 해결의 열쇠이자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경기도의회가 추진한 ‘노후계획도시 특성분석과 정책방향 설정 연구’는 1기 신도시 개발에 따라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구도심 지역의 주거환경이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 교육 기회의 불균형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교육 격차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노후 건축물의 밀도가 높고 학구 면적이 넓은 지역일수록 학업 성취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학교 내부의 교육 여건뿐만 아니라, 거주지의 물리적 환경 역시 학생들의 학습 성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도시계획과 교육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매일 이용하는 통학로를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는 ‘학교 가는 길 특화사업’을 통해 학습 동기와 정서적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지역의 역사나 환경 주제를 반영한 벽화, 퀴즈형 바닥 문구, 감정 표현 공간 등을 설치함으로써 아이들의 흥미와 자율성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정비 대상 지역 내 학구 경계를 재검토하여 초등학교 학구의 면적과 인구 밀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학교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 자원의 과밀 또는 과소화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후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에는 학습센터, 공공도서관, 복합문화시설 등 공공 교육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집중 공급하여 생활권 내 학습 여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노후계획도시의 정비는 단순한 주거환경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되며, 도시 내 거주민의 미래를 위한 교육 기회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격차 해소는 단편적인 교육 인프라 조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함께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정책과 도시계획을 통합하는 협력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이제는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도시 공간 전반을 교육의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해야 할 때이다.

유영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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