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내 쪽방촌 등록 수 220명 불구
무더위쉼터 68개… 인원대비 태부족
주민 "전기세 걱정에 선풍기도 못켜
찬물 샤워만이 유일한 대비책" 토로
쪽방상담소 "내달 말까지 쉼터 연장
생수·혹서기키트·선풍기 등 배포 중"
"이번 여름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서네요."
1일 오전 11시, 인천 중구 개항동의 쪽방촌. 기온은 28도였지만, 좁은 골목길에 갇힌 공기와 땡볕에 달궈진 건물 외벽 탓에 체감온도는 그 이상이었다.
문을 활짝 열어둔 방 안에서 바람 한 줄기라도 잡으려는 주민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졌다. 텅 빈 골목에는 힘없이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만이 여름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구청이 설치한 천막 아래에는 몇몇 주민이 바닥에 누운 채 열기를 피해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윤모(64·남) 씨는 "후원이나 지원이 와도 그때뿐"이라며 "결국 상황은 제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무사히 여름만 지나가길 바란다"며 "무더위쉼터가 가까워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옆에서 땀을 닦고 있던 김모(60·남) 씨는 "전기요금이 걱정돼 에어컨은 꿈도 못 꾼다"며 "찬물을 받아 샤워하는 게 유일한 대비책"이라고 했다. "인천쪽방상담소에서 식수랑 식료품을 정기적으로 줘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도 했다.
동구 송현동의 한 여인숙 쪽방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한증막 같은 열기가 골목 전체를 뒤덮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여인숙 안으로 들어서자, 임모(75·남) 씨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겨울은 옷을 껴입고 전기장판이라도 있으면 버틴다. 근데 여름은 선풍기를 틀어도 소용이 없다."
임 씨는 복도로 나와 돗자리가 펼쳐진 공간을 가리켰다. "전기세도 부담이라 선풍기조차 오래 틀지 못하고, 이렇게 복도에서 그냥 눕는 게 가장 시원한 방법이다."
공동 샤워장은 타일이 깨져 있었고, 바가지 몇 개가 정돈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서 물 떠다 끼얹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라고도 말했다.
인천시는 각 지자체 및 쪽방상담소와 협력해 생계 및 의료 지원, 긴급구호, 폭염 대응 물품 제공 등 다각적인 맞춤형 대책을 펼치고 있다.
인천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오는 7월 14일부터 8월 말까지 무더위쉼터를 연장 운영할 예정"이라며 "생수, 혹서기 키트, 선풍기 등도 이미 배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후원이 끊기지 않도록 업체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며, 생수는 부족하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소가 파악한 인천지역 쪽방촌 등록 인원은 동구 220명, 중구 45명 등이다. 그러나 시가 마련한 무더위쉼터 수는 동구 68개, 중구 66개로 동구가 쪽방촌 주민 수에 비해 적은 편이다.
쪽방촌 주민들은 인근 무더위쉼터에 가려고 해도 특정인의 독점 등으로 이용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기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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