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유럽에서 활약하던 무고사는 아시아 무대 도전을 결심하며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그렇게 인천에 온 지도 어느덧 7년.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빠르게 적응했고, 어느새 팬들이 ‘레전드’라 부르는 존재가 됐다. 지금은 K리그2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천의 간판 공격수이자, 경기장 안팎에서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친근한 외국인 선수다.

그러나 무고사의 축구 인생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2022년, 일본 J리그 비셀 고베로 이적했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2024년엔 팀이 K리그2로 강등되는 아픔도 겪었다. 주전 공격수였기에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처럼 느껴졌다. 그는 "승격은 팬들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며 "꼭 인천다운 축구를 다시 1부에서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리그1 무대 복귀를 위해 훈련에 매진 중인 무고사 선수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천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무고사가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배상일기자
인천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무고사가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배상일기자

- 한국말이 굉장히 유창하다. 따로 배운 적 있나.
"사실 따로 한국어를 배운 적은 없다. 처음 인천에 왔을 때는 흔한 인사 조차 못 했다. 그런데 선수들과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에 익었다. 무엇보다 한국말로 소통하다 보니 인천 팬들과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 처음 인천의 제안을 받았을 때를 기억하나.
"7년 전이다. 당시 몰도바의 셰리프 팀에서 뛰고 있었는데, 인천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 K리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생소했다. 그런데 마침 데얀 선수와 국가대표를 함께한 적이 있는데, 그가 인천과 K리그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 즐겁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 해줬고,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유럽을 떠나 아시아로 오는 도전이 쉽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면 그 선택은 인생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인천과 K리그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 처음 합류한 게 2월이었고, 남해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날씨부터 문화, 훈련 방식까지 모든 게 유럽과 달랐다. 한국은 모든 게 ‘빠르다’는 느낌이었고, 음식도 생소해서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코치진과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고, 특히 크로아티아 출신 스태프와 선수들이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시즌이 시작되고 골을 넣기 시작하면서 팬들이 저를 많이 응원해줬고, 자연스럽게 팀과 팬들에 특별한 유대감이 생겼다."

- 좋은 활약을 하는 도중, 비셀 고베로 이적하게 됐는데.
"2022년은 제 커리어에서도 최고의 시즌 중 하나였다. 인천에서 정말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고, 국가대표 팀에서도 평가가 좋았다. 그런 와중에 고베에서 제안이 왔다. 당시엔 세계적인 선수 이니에스타가 그 팀에 있었고, 함께 뛸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 1년 만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막상 가보니 상황이 달랐다. 시즌 중간에 스페인 감독이 경질되고 일본인 감독이 부임했다. 이후 이니에스타도, 저도,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프리시즌에 많은 골을 넣고 준비했는데도 시즌이 시작되고 기회가 오지 않았다. 결국 축구선수로서 만족할 수 없는 시간이었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천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무고사가 프로필 촬영을 하고있다. 사진=배상일기자
인천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무고사가 프로필 촬영을 하고있다. 사진=배상일기자

- 다시 인천으로 돌아온 뒤,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낯선 곳에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팬들도 따뜻하게 맞아줬고, 클럽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이곳이 내 자리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 2024년 팀이 강등됐을 때, 팬들이 많이 아쉬워했는데.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리그 득점왕을 했지만, 팀이 강등됐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평생 축구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팬들도 많이 상처받았다. 울고 있는 팬들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라는 건 때로는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고, 지금은 다시 승격이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뛰고 있다."

- 인천에서 오래 지낸 만큼 애정이 깊어보이는데.
"인천은 두 번째 집이다. 몬테네그로 다음으로 가장 애정이 깊은 도시다. 저의 아이들은 인천에서 태어났고, 가족들도 이 도시를 정말 좋아한다. 생활도 만족스럽고, 팬들과의 관계도 특별하다. 그래서 은퇴 이후에도 이곳에 계속 있고 싶다. 축구선수가 아니라도, 인천에서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다."

인천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무고사가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배상일기자
인천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무고사가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배상일기자

- 선수생활하면서 특별했던 순간이 있다면.
"나를 위해 응원가를 불러줬던 경기들이 아직도 기억난다. 특히 4경기 연속 골을 넣었을 때는 정말 특별했다. 외국인 선수를 위해 노래를 만들어주는 팀은 흔치 않다. 팬들이 그만큼 아껴 준다는 게 느껴졌고, 그 순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거다. 물론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 팬들은 ‘인천의 레전드’라고 부르고 있는데.
"정말 영광이다. 하지만 그 말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레전드라는 건 꾸준한 노력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매 경기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고,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아직 몇 년 더 뛸 수 있으니, 팬분들을 위해 많은 골과 추억을 남기고 싶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승격이다. 팬들과 함께 다시 1부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인천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가능한 많은 골을 넣고, 팀을 도와서 반드시 그 목표를 이루고 싶다."

최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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