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미하엘 슈미트 살로몬(Michael Schmidt Salomon)은 ‘어리석은 자(者)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에서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모든 권력과 어리석음은 안타깝게도 국민에서부터 나온다. 어느 누가 무능력한 정치인과 탐욕스러운 은행가, 사이비 종교인에게 손가락질 할 것인가? 결국 아둔한 우리가 무능한 정치, 경제, 종교를 만들어 내는데 말이다."
그의 주장처럼 현실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과 순응, 지배권력 시스템의 모순을 통렬히 비판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잘못된 제도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바랐던 정치인들은 과연 우리의 기준에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을까? 선거가 거듭해지면서 우리는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고 어려워진다. ‘문화적 피로 증후군(cultural fatigue syndrome)’은 정치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 피로감이 누적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대중정치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모든 정치인은 똑같다고 치부하며 정치와 거리를 두는 많은 사람을 지켜볼 때면, "과연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 의문이다.
"모든 나라는 그 나라의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우리의 리더를 뽑는 데, 우리의 자질도 지도자 못지 않아야 한다. 살로몬은 투표라는 자발적 민주주의 도구를 통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량 정치인을 뽑는 이유로 국민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독일의 철학자 살로몬의 말처럼 뼈를 때리고 폐부를 찌르는 일침에 변명할 구실이 없다.
수없이 많은 투표에서 우리는 패자와 승자에게 ‘심판’과 ‘선택’으로 정치인을 평가해 왔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으로 ‘간택’ 된 걸까? 곰곰이 따져볼 문제지만, 우리가 선택한 사람이 필요한 자질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뿐이다. 그들은 왜 실패하는 걸까?
우선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리인 문제(principal agent problem),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거나 주인의 이익에 상반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비록, 그들은 명목적인 지도자이나, 오히려 섬기는 지도자에 가깝기에 더욱 그렇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필요보다 자신의 권력을 더 중요시하고 유지하려 한다. 물론 잘못된 건 아니다. 정치인들 자신들도 행위에 대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집착은 소수의 극단적 지지자들을 이용하는 포퓰리즘적 정치 체제를 낳기도 한다. 그렇기에 정치인은 대의를 위한 행위와 책임의식이 수반되지 않은 열정은 지극히 위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단의 잘못된 의사결정 사례를 들 수 있다. 집단사고(groupthink)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구성원의 비판적 사고를 저해하고 억압하여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상이다. 만장일치를 위해 집단은 반대 의견과 증거를 무시함으로써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성급하고 검증되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더욱이, 강력한 내집단, 외집단에 대한 편견은 상대방을 ‘적’으로 보는 시각을 갖게 하며,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능력을 저해한다.
누구의 말처럼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진실된 권력은 국민의 지지에서 나오기에 우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그들을 선택하고 감시하는 통찰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가 항상 명심해야 하며 동시에 바람직한 공동체를 위한 기본 원칙이다.
김태균 전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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