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암중모색이라 하지 않는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묵직하게 존재감을 쌓아가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다.

그의 이름은 아직 정치권의 뜨거운 담론에서 비켜 서 있다. 그러나 때가 오면 가장 주목받는 카드로 부상할 것이다.

단순히 정치적 ‘촉’이 아니라, 그의 정체성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필연적이라는 게 나의 분석이다.

이한주를 전형적인 정치인이라 하긴 애매하다.

실물 정치의 최전선에 서 본 적은 없다. 학자이자 정책가, 사회참여 성향이 강한 폴리페서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무게감이 더해진 것은 그가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으로 알려지면서다. 경제학자인 그는 경기연구원장, 민주연구원장을 거쳐 지금은 국정기획위원장으로서 이재명 정부 국정 전반의 설계를 맡고 있다. 정권의 이론과 구조를 짜 맞추는 건축가에 가깝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대통령과의 인간적 관계다. 두 사람의 인연은 무려 40년에 가깝다. 1986년,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청년 이재명을 성남 시민운동에 이끈 이가 바로 이한주였다.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가치와 철학에서 출발한 관계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그는 ‘가장 오래된 신뢰의 이름’이다.

40년의 동행은 인간사에서도 드문 일인데, 이해타산이 빠른 정치판에서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이재명 정치의 여러 정책 역시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성남시장 시절 무상교복, 청년배당, 산후조리원 지원 등은 이한주의 구상이었고, 훗날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으로 확장되며 ‘기본 시리즈’라는 이재명의 정치 브랜드를 만들었다. 지금도 그는 권력투쟁에 거리를 두고 정책 컨트롤타워로 자리하며 정부 운영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의 본질은 ‘자신의 생각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브레인(brain) 이한주와 액션(action) 이재명은 동일한 정치적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이해공동체가 아니라 오랜 동지이자 형제 같은 관계다.

이런 맥락에서 여권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이한주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정기획위원장이라는 한시적 임무를 맡긴 것 역시 차후 역할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총리나 비서실장 등 요직은 이미 채워져 있다. 이럴 때 대통령의 정치적 본산인 경기도를 가장 오래된 동지에게 맡기는 것은 정치적·인간적으로 의미 있는 선택이 된다.

경기도는 단순한 광역단체가 아니다.

인구 1천400만 명의 거대 지방정부이자 수도권 정치의 요충지다.

대통령의 정치적 본산이다. 대통령이 정치적 몸집 불리기에 골몰하여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는 노회한 정치인보다, 확실한 ‘내 사람’을 세우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 대통령이 볼 때, 당내 세력 다툼에서 비켜난 안정감, 국정을 꿰뚫는 정책 역량, 대통령이 가장 예측 가능한 리더로 여기는 신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갖춘 인물은 흔치 않다. 그가 이한주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첫째, 인지도 문제다.

그는 정책 브레인으로서 무게는 있지만 대중에게 익숙지 않다.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며 이름과 비전을 각인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둘째, ‘이재명의 대리인’ 프레임이다.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이한주의 입지에 직결된다.

셋째, 기존 정치인들과의 경쟁이다.

조직력과 지지 기반이 탄탄한 현역 정치인들과의 경합에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넷째, 나이다.

올해 예순여덟으로, 세대교체 요구가 높은 수도권 민심과는 간극이 있다.

또한 경기도는 ‘대권 잠룡의 산실’이라는 상징성도 크다. 현 대통령, 김문수, 손학규, 이인제 등 굵직한 대권후보를 배출한 곳이라는 도민의 자부심도 있다.

단순히 대통령 측근에게 줄 자리가 아니라는 도민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증명할 기회일 수도 있다.

만약 그가 난관을 뚫고 도정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부상할 수 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트 이재명’까지 내다본 장기 포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판은 늘 변수와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이한주가 실제로 경기도지사 후보가 될지, 또 그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온 행보와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를 ‘조용하지만 강한 카드’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결국 타이밍과 방향의 예술이다.

때론 조용한 카드가 판을 흔든다.

정상환 The Brain & Action Communicator,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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