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는 악명을 남겼다. 그는 정보의 흐름을 독점하고 반대 목소리를 혼란과 해악으로 몰아가며 국민을 통제했다.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억압됐고 공론의 장은 사라졌다. 당시 독일인들은 자발적으로 침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말 한마디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암묵적 공포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했다. 이것이 바로 괴벨스식 선동정치의 본질이다.
오산은 그동안 교육도시로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토론의 장을 꾸준히 만들어왔으며, 전국 단위 대회를 유치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민선 8기 들어 토론회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이제는 오산시 학생들로만 구성된 소규모 리그가 연 2회, 토론대회는 1회 열리는 수준이다.
지난 5월 예정됐던 토론리그는 내란과 탄핵에 따른 갑작스러운 대통령 선거로 열리지 못했고 이어 7월에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토론대회가 당일 전격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취소 이유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고, 앞으로 진행될 대회 개최마저 불투명해졌다.
대회 취소의 표면적 이유는 ‘행사 취지의 정치적 오해’로 중등부 토론 주제에 들어간 ‘사전투표’라는 단어를 문제로 지목했다.
11년간 이어져 온 오산 초·중·고 토론리그는 교사·학부모·전문가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주제를 정해왔으며 이번 토론 주제 역시 “본 의회는 사전투표제를 폐지할 것이다”라는 형식적인 안건이었다. 이는 제도의 장단점을 찬반으로 나누어 논의하는 전형적인 토론 주제이자 토론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 정책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부정선거 관련 사전투표 폐지’를 주제로 시에서 의도적인 행사를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렸고 대회는 행사 당일 전격 취소됐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선동에 행사 당일 토론회 취소를 지시한 국가기관은 그 이유를 시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흔히 ‘말’에는 온도가 있다고 한다.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하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의 말은 온도는 물론 엄청난 무게를 지니며 그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리는 익숙한 것,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기반으로 하여 일상의 이미지를 만든다. 낯선 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인식하여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기억하기 쉬운 정보나 최근에 접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접근이 용이하거나 유창성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 부른다.
이러한 이론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자주 접하고 반복해서 들으며 또 그것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이나 행동과 함께 전해진다면 그 영향력은 훨씬 커지게 된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 위에서만 완성된다. 자유로운 말, 다양한 생각, 열린 질문들이 공론의 장에서 부딪히며 사회는 건강해진다. 그러나 이번에 오산시에서 벌어진 학생 토론대회 무산 사태는 이러한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 사건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오해라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주제를 회피하게 만들고 입을 다물게 하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런 압력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말을 아끼게 하고 나아가 사회 전반에 침묵과 자기검열을 확산시킨다. 그렇게 한번 굳어진 침묵은 점점 깊어져 결국 말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든다.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시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얄팍한 선동으로 사회를 흐리는 세력과 시민의 복리와 삶의 품격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행동하는 양심’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가려질 것이다.
송진영 오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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