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포근하게 마음 감싸는 연화산 속 와우정사

거대한 부처님 얼굴. 박찬희
거대한 부처님 얼굴. 박찬희

와우정사는 용인을 대표하는 사찰 가운데 하나다. 사찰 이름이 여느 사찰과 좀 다르다. 와우는 누워 있는 소라는 뜻으로 누워 계신 부처님, 즉 열반에 드신 부처님을 말하고 정사는 사찰을 뜻한다. 이곳은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불상과 보기 드문 열반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게다가 누구라도 환영하는 듯 개방적인 분위기이고 용인 중심지에서도 무척 가깝다. 근처에 있는 용인농촌테마파크와 함께 부담 없는 나들이길로 제격이다.

와우정사 주차장은 무척 넓어 주차에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차에서 내려 조금만 올라가면 작은 계곡이 나온다. 흐르는 물소리에 어지러운 마음을 씻고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와우정사가 시작된다. 와우정사를 포근하게 감싸안은 연화산 덕분에 사람들의 마음도 포근해진다.

포대화상. 박찬희
포대화상. 박찬희

와우정사 오른쪽으로 금빛이 번쩍거린다. 이곳을 소개하는 자료에는 어김없이 나오는 거대한 부처님 얼굴이다. 몸은 따로 만들지 않아서인지 얼굴에 시선이 모아진다. 가까이 갈수록 세상 모든 생명을 두루 지켜보는 듯한 표정에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된다. 이곳에는 이 부처님을 포함해 큰 부처님이 여럿이다. 큰 부처님은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거대한 존재 앞에서는 저절로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눈을 씻고 둘러봐도 일주문이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사찰의 배치도 전통적인 사찰과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인지 사찰 풍경이 낯설면서도 신기하고 신선하다. 본격적으로 사찰을 오르는 길에서 누군가 한바탕 웃음으로 어서 오라며 환대를 한다. 세상 사람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자루에 넣고 다닌다는 포대화상이다. 포대화상은 와우정사를 찾는 모든 이에게 선물을 하나씩 나눠 준다. 나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

통일을 기원하는 탑. 박찬희
통일을 기원하는 탑. 박찬희

길을 따라 늘어선 탑이 한둘이 아니다. 격식을 벗어난 자유로운 탑에 놀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져온 돌로 통일을 기원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입구부터 개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와우정사는 1970년 해곡 스님이 창건했다. 이곳은 대부분 진지하기 마련인 전통적인 사찰과 다르게 명랑한 분위기다. 다른 나라 특히 동남아시아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점도 이곳의 특징이다.
 

와우정사 대웅보전 불상. 박찬희
와우정사 대웅보전 불상. 박찬희

◇남북통일·세계평화 기원담은 사찰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이 향한 곳은 대웅보전이다. 대웅보전 안에는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관음보살, 대세지보살이 모셔졌다. 대웅보전에서 가까운 곳에 범종이 걸려 있다. 88서울올림픽 개회식 때 타종했다는 통일의 종이다. 와우정사에는 통일과 관련된 이름과 사연이 여럿이다. 해곡 스님은 사찰에 남북 평화 통일과 세계평화의 기원을 담아 사찰을 창건했다. 스님의 고향은 함경북도 나진으로 해방 이후 남한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갈 수 없는 스님의 고향을 생각해보면 창건 사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마음이 숙연해진다.
 

통일의 종. 박찬희
통일의 종. 박찬희

평화와 통일.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단어를 떼어놓기란 쉽지 않다. 남북 간에 긴장이 높아지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신경도 예민해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평화는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평화는 전쟁 걱정 없이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깨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상태다. 평화의 종소리가 멀리 퍼져나가 온 세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반가사유상. 박찬희
반가사유상. 박찬희

두루 깊게 헤아리는 걸 ‘사유’라고 한다. ‘사유’라는 말을 떠올리면 연관 검색어처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삼국시대의 반가사유상이 떠오른다. 와우정사에는 이 반가사유상을 모델로 만든 거대한 불상이 자리 잡았다. 오른손 손가락을 뺨에 대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떤 생각을 저리 깊이 하실까? 삼국시대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겠지만 시대가 복잡해지고 정신없이 바뀌는 요즘이라면 더 생각이 많겠다. 그래도 반가사유상이라면 실타래처럼 엉킨 문제라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할 거라 상상해본다.

 

네팔에서 온 불상. 박찬희
네팔에서 온 불상. 박찬희
태국에서 온 불상. 박찬희
태국에서 온 불상. 박찬희

와우정사는 외국에서 온 불상 덕분에 더욱 반짝거린다. 길을 올라가면 네팔에서 온 불상이 보인다. 불상 앞으로 천이 나부끼고 그 아래 놓인 기와에는 한글 대신 외국어가 가지런하게 쓰였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이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듯 보인다. 더 올라가면 이번에는 태국에서 온 불상을 만난다. 이 불상이 영험해서인지 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네팔 부처님도, 태국 부처님도 모든 이들을 두루 헤아리고 보듬어 주시리라.
 

열반상. 박찬희
열반상. 박찬희

어느새 끝이 보인다. 길끝에서 만난 열반전에는 열반에 든 부처님 상이 놓였다. 와우정사는 대한불교 열반종의 총본산이다. 열반상이 사찰의 중심에 놓인 이유다. 열반은 단지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번뇌에서 영원히 벗어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열반의 경지는 애를 써도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노력할 뿐.
 

열반전 앞에서 본 와우정사. 박찬희
열반전 앞에서 본 와우정사. 박찬희

열반전을 나와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스라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길이 됐다. 누구나 자신의 길은 처음 걸으며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다. 대신 선각자들은 그 길에서 얻는 지혜를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줬다. 우리는 그 지혜를 나침반 삼아 오늘도 삶을 걷는다.
 

팔상도. 박찬희
팔상도. 박찬희
오백나한. 박찬희
오백나한. 박찬희
고행상. 박찬희
고행상. 박찬희

둘러보니 와우정사의 길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산자락으로 난 길을 따라 팔상도 벽화가 이어진다. 팔상도는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그린 그림이다. 팔상도를 따라 올라가면 중간에 부처님의 제자인 오백나한을 만난다. 수많은 나한들은 우리의 모습인 듯 같은 얼굴이 없다. 길끝에서 대각전과 마주한다. 건물 안에는 고행정진하는 부처님이 모셔졌다. 흐릿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앙상한 부처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세상에 저절로 얻는 건 없다. 하물며 깨달음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와우정사를 떠나기 전 뒤를 돌아본다. 이곳이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장면을 상상한다. 모두들 이곳에서 힘을 얻고 삶의 현장으로 갈 것이다.
 

용인농촌테마파크 풍경. 박찬희
용인농촌테마파크 풍경. 박찬희

◇용인농촌테마파크에서 즐기는 나들이
다음 발걸음은 고개 너머에 자리잡은 용인농촌테마파크 차례다. 이곳은 가족이나 지인들과 나들이하기 좋다. 옛날에는 농촌 인구가 대부분이고 도시에 사는 사람이 적었다. 점차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구는 도시로 집중됐고 지금은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산다. 사람들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점점 농촌은 멀어지게 됐다. 멀어져 가는 농촌을 친근하게 경험하고 편안하게 자연과 접할 수는 없을까? 용인시에서는 ‘일상을 벗어난 전원체험공간’과 ‘가족 단위의 휴식공간’을 위해 용인농촌테마파크를 만들었다.
 

농경문화전시관. 박찬희
농경문화전시관. 박찬희

용인농촌테마파크는 여러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테마파크를 농촌에 만들어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농촌을 접하도록 했다. 테마파크 안에는 농경문화전시관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농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우리의 농경문화는 어땠는지 알려준다. 전통놀이체험장에서는 농촌에서 했던 다양한 옛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방문자들은 딱지를 치고 지게를 지고 물지게를 나르는 사이 옛놀이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든다.
 

충식이의 곤충체험관. 박찬희
충식이의 곤충체험관. 박찬희

뿐만 아니다. 충식이의 곤충체험관에서는 나비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이 전시돼 있다. 옛날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사슴벌레도 살아있는 상태로 만날 수 있다. 농촌을 상징하는 동물은 바로 닭이다. 관상동물농장에서는 우렁차게 우는 닭이 농장을 활보한다. 토끼, 염소, 오리도 동물농장 식구들이다. 옛날에는 농촌에서 어렵지 않게 보던 동물이었다.
 

용인농촌테마파크 곳곳에 있는 원두막. 박찬희
용인농촌테마파크 곳곳에 있는 원두막. 박찬희

용인농촌테마파크의 큰 특징은 곳곳에 원두막이 있다는 점이다. 옛날 농촌에서는 뜨거운 여름날 원두막에 올라가 시원한 바람 맞으며 맛있는 수박을 먹거나 낮잠을 잤다. 이곳에 있는 원두막은 누구나 선착순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족이 원두막에 둘러앉아 시원한 먹을거리를 먹고 테마파크 한구석을 흐르는 맑은 계곡에서 시원하게 몸을 담그면 이만한 피서가 따로 없다.
 

보기 좋고 걷기 좋은 정원. 박찬희
보기 좋고 걷기 좋은 정원. 박찬희

용인농촌테마파크에는 너른 정원이 조성돼 있다. 정원의 모습도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꽃이 활짝 핀 곳은 보기에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고, 추억을 남기기도 좋다. 정원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길이 놓여 걷는 맛 또한 일품이다. 테마파크에서 봄과 가을에 다양한 축제가 열릴 때면 이곳은 방문자들로 들썩거린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요즘, 와우정사에서 천천히 걷고 용인농촌테마파크에서 즐겁게 머물며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여유를 갖는 건 어떨까?

박찬희 박찬희박물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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