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지하철 출근길, 지하철 안은 각자의 하루를 준비하는 풍경으로 가득하다. 학생은 발표 자료를 ChatGPT에 맡기고, 직장인은 업무 보고서를 Genspark로 받아본다. 어르신은 눔(Noom)에 혈압 관리 식단을 묻는다. AGI라는 단어를 몰라도 우리는 ‘스스로 학습하고 해내는’ 존재를 일상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 평범한 풍경 속에 하나의 변화가 숨어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번역이나 계산처럼 제한적이었으나, AGI는 언어·수학·예술·과학을 넘나들며 새로운 문제까지 풀어낸다.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인간과 닮은 범용 지능의 탄생이다. 도구에서 동료로, 동료에서 대리인으로 바뀌며 인간은 점점 ‘생각하는 주체’에서 ‘답을 받는 존재’로 변해가고 있다.
경제도 이미 변하고 있다. 반복적 업무는 기계가 맡고, 인간에게는 판단과 책임, 관계가 남는다. 직업은 사라지기보다 재구성된다. 과거에는 속도가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무엇을 묻고 어떻게 판단하며 협력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전환은 고통 없는 혁신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30년까지 전 세계 8억 개 일자리가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 전망한다.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도 변화를 느낀다. 한 연구원이 이직을 준비한다. 과거라면 ‘인수인계’가 남은 이들의 부담이었다. 이제는 수년간의 자료가 AGI 시스템에 축적돼 있어 후임자는 질문만 던지면 필요한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불필요한 인수인계는 사라지고 업무는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묻게 된다. 책임까지 기계에 넘겨도 되는지 말이다.
교육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은 이제 인간만의 장점이 아니다. 예전에는 암기를 잘하는 친구가 부러웠지만, 지금은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배움은 암기가 아니라 판단과 성찰, 책임의 훈련이어야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이어가는 힘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수업 질문 빈도는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호기심이 생기면 스스로 탐구하기보다 AGI에 묻는 아이들, ‘Why’보다 ‘What’에 매몰되는 사회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질문 없는 민주주의는 독재와 다르지 않다.
행정과 정책도 마찬가지다. 효율은 높아지지만 책임은 흐려진다. 민원 응답률과 예산 절감은 수치로 드러나지만, 오류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은 모호하다. AGI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사회는 누구를 불러 세워야 할까. 투명성과 기록, 감사 가능성은 공공 영역에서 AGI 활용의 최소 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적 책임 체계가 무너진다.
한국 사회는 특히 ‘빨리빨리’ 문화와 결합하며 독특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계 최고 속도의 도입은 강점이지만, 검증 없는 적용은 부작용을 키운다. 공공 영역에서는 AGI가 잘못된 정보를 안내하거나 행정 혼선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나 과제를 AI에 의존하며 평가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 분야에서도 전문가들은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개인은 ‘3초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곧장 AGI에 묻지 말고, 잠시 멈춰 스스로 생각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교육은 정답보다 좋은 질문을 높이 평가해야 하며, 기업은 AGI와 협업하되 인간이 주도권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열차가 종착역에 닿을 때쯤 학생의 화면에는 “출처를 확인할까요?”라는 문장이 깜박이고, 직장인은 Genspark 보고서를 검토하며, 어르신은 눔(Noom)이 제안한 식단으로 점심 메뉴를 정한다. 이 평범한 장면들이 바로 우리의 내일이다. AGI의 미래는 특별한 연구실이 아니라 지하철 안, 식탁, 회의실에서 가장 극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이것이 AGI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이어야 한다. 기계는 더 빠르고 정확할 수 있다. 그러나 의미를 만들고 가치를 판단하며 책임을 지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AGI는 경쟁자가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돕는 파트너여야 한다. 그 파트너십의 질은 우리가 얼마나 인간다운 가치를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기계가 답을 쏟아내는 시대, 스스로 질문할 줄 아는 이가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의 질문은 무엇이었는가?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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