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정부가 임기 5년 동안 실천할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통한 주민자치 실질화이다. 지난 6·3 대선 때 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 분야 공약으로 ‘자치분권 및 주민참여 확대를 위하여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주민자치회 입법화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를 약속했다. 이런 조치는 주민자치회를 주민총회 등 마을행사 개최, 주민참여예산 검토, 위탁사무 수행 등 읍면동의 자치사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권한과 기능을 실질화 하겠다는 것이다.
1998년 김대중정부가 읍면동 사무소를 주민센터 및 주민자치위원회로 기능전환을 하였고, 2010년 이명박정부에서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하여 주민자치회 설치운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어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전국 31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18년 문재인정부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사업을 실시하며 주민자치회로 기능전환을 확대하였다. 2023년까지 전국 3천533개 읍면동 중 39%인 1천388개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동시에 활발한 주민참여와 주민자치 활성화에 큰 전환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들어 주민자치회 운영중단과 폐지의 퇴행을 겪고 있는 곳도 있다.
이제 이재명정부에서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실질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어 반갑다. 주민자치는 정파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를 운영하면 당연히 수반되는 필수적 조치이고, 주민자치 사무는 기초정부의 고유사무이므로 광역정부나 중앙정부가 너무 세밀한 것까지 관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제도 운영의 기본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직접 실천을 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주민자치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비전과 목표는 ‘살기 좋은 마을을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다 쾌적하고 안정되고 여유로우며, 마을 주민 간 소외나 불화가 없는 모두가 행복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을공동체를 주민들 힘으로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동체 차원의 주민자치는 근대국가 성립 이전부터 존재했다. 이런 공동체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공동체적 기반이 붕괴되었다. 특히 1961년 지방자치 중단으로 주민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지다 보니, 주민들이 방관자적 비판가로 될 수밖에 없었고, 문제해결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민원제기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소위 ‘권리요구형 주민’으로 전락하게 만든 측면이 강하다. 즉 스스로 자기 책임 하에 결정하고 직접 운영하는 자율성이 없는 공동체적 기반이 와해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주민들의 기능적 측면만을 강조하여 주민자치라는 것을 주민들의 ‘자원봉사활동’으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지방정부의 주인으로서 주민의 의사와 통제에 따라 지방정부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민 주권’의 관점을 국정운영 기조로 삼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의 삶의 방식과 내용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가치 있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주민자치는 집단의 의사결정 절차로서 공동의 일이나 사업을 집단 스스로 결정하는 원리이고, 이러한 주민자치의 원리는 구성원들을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대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치를 통해 구성원들의 지적, 도덕적 능력을 함양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주민자치회는 미흡한 지방분권균형발전법과 각 자치단체의 개별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다 보니 정권과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편향과 자의적 해석에 따라 부침을 겪었고, 왜곡 및 중단되기 일쑤였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은 이를 바로잡아 주민자치의 법제도적 기틀을 완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의 주민대표기구로 읍면동 사무소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여 공공서비스 공동생산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주민은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이끌어가야 할 주체들인 것이다. 알렉스 토크빌이 이야기 한 것처럼 “시민이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정부는 없다.”
송창석 (사)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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