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이상의 집단사고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고 합의를 찾아간다는 점에 있어 토론은 여러 문제에서 활용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안이다.

다만, 토론은 하나의 주제에 있어 찬성과 반대가 명확히 나뉘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쟁적 의사소통’으로, 어느 정도 승자(설득한 자)와 패자(설득된 자)가 나뉘게 된다.

‘경쟁’이라는 특성이 포함된 영향인지 토론 과정에서 상대방을 헐뜯으며 비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토론은 본래의 목적을 잃고 오히려 토론자 간 관계도 굉장히 악화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상호 존중 없는 토론을 배제하고, 학생의 깊이 있는 사고력과 열린 시민성 함양을 위해 올해부터 ‘다름과 공존하는 경기토론교육’을 도입했다.

도교육청은 경기토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서울 학생토론회’에 참석해 총평을 남기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서울 학생토론회’에 참석해 총평을 남기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다름과 공존하는 법 배우기
도교육청은 ‘다름과 공존하는 자기주도적 미래인재 육성’이라는 비전 아래 올해 경기토론교육을 시작했다.

해당 교육은 ‘보이텔스바흐 원칙’을 바탕으로 ▶다름과 마주하기(문제 인식) ▶다름을 이해하기(문제 탐구) ▶다름과 공존하기(문제 해결) 3가지 목표를 갖고 진행된다.

보이텔스바흐 원칙은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대립하던 시기, 교육현장에서도 정치교육을 두고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자 1976년 보이텔스바흐에서 합의된 3가지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교육은 ▶강제적 주입 금지 ▶논쟁적 주제 장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판단이 함께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이에 입각해 토론교육이 마련될 경우 학생의 자율적 판단력이 커지고,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며, 협력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경기토론교육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경기교육의 3대 비전으로 제시한 자율·균형·미래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토론교육은 일방적으로 주어진 논제를 갖고 학생들이 토론하지 않는다. 첫 번째 목표인 ‘다름과 마주하기’는 학생들이 직접 쟁점 토론이 가능한 논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사진, 기사, 통계자료 등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학생 간 합의를 통해 토론 주제 및 용어를 정의한다.

두 번째 목표인 ‘다름을 이해하기’는 학생이 주도하는 찬반 토론 방식이다. 학생들은 용어와 논제의 쟁점을 담아 논증 구조에 맞춰 입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증의 과정을 거친다.

서로의 주장에 대해 질의하고 반론할 때는 상대의 주장에 ‘논리적 허점’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실성(주장의 진위 여부), 관련성(추론 과정에서의 오류), 충분성(주장에 대한 충분한 근거), 부작용(상대 주장의 부작용), 대안(상대 주장보다 나은 대안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질문해야 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친 뒤에는 쟁점별로 서로가 인정하고 수용할 부분이 있는지 따지고, 보완할 부분과 합의할 부분을 정리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마지막 ‘다름과 공존하기’는 앞선 과정을 최종 정리하고, 대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토론 주제에 대해 앞서 나온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실천 가능한 대안을 만들며 성장하게 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토론교육 선도교사 양성에 힘쓰고, 질문하는 학교, 토론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에서 토론교육이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서울 학생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에 나선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서울 학생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에 나선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실천으로 나아가는 경기토론
도교육청은 경기토론교육 확산을 위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기-서울 학생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시 토론에 나선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유지해야 하는가, 폐지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1차 토론 이후에는 서로 입장을 바꿔 2차 토론을 진행해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고 시야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 처음 수능 폐지 측 패널에 나선 장지만 학생(한광고등학교)은 “수능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사교육 과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수능 유지 측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수능을 대신할) 정성평가는 평가자의 주관 개입과 불공정성 문제가 제시된 바 있다. 대국민 설문에서도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펼쳤다.

이러한 토론 이후에는 ‘공존을 향한 주장하기’ 최종 발언을 통해 상대방 주장에서 인정, 수용 또는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을 종합 정리한 후 최종 합의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참관한 임태희 교육감은 “오늘 토론회는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상대방 생각에 귀를 기울이며 공통적으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성숙한 민주시민의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토론할 때 의견이 다를 경우 ‘우리의 공동목표’가 무엇인지 생각을 하며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양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토론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관양고등학교
관양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토론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관양고등학교

◇토론하는 학교 문화 조성
경기토론교육은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안양에 위치한 관양고등학교는 올해 ‘토론하는 학교’로서 교육현장 일선에서 경기토론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질문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토론으로 탐구하며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슬로건으로 내건 관양고는 올해 학생들의 토론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먼저 경기토론교육이 익숙하지 않을 학생들을 위해 학급에서 자체적으로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기반한 토론 규칙을 만들었으며, ‘토론의 전당’·‘아고라’ 등 토론 중심의 학생 동아리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전체 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토론 서포터즈를 조직·구성해 질문 및 토론 관련 캠패인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점심시간을 활용해 학교 중앙홀에서 학생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질문으로 토론 논제 제안하기’ 활동을 운영 중이다.

또 관양고는 학생들의 토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교육청 토론연구회와 협력해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으며, 2학년 학생에게는 지난해 ‘질문하는 학교’와 연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한 학생은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감정이 상하지 않게 대하는 것이 어려웠다”면서도 “내 의견을 고집하는 것보다 남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는 연습을 하게 됐다. 토론 경험을 통해 타인과 효과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관양고는 경기토론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 토론 전문강사를 초빙해 교원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연수도 운영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 ‘새로운 경기교육’은 중부일보와 경기도교육청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섹션으로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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