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눅진한 깊은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매미 소리가 잦아들 무렵,
뜨거웠던 햇살이 한풀 꺾이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비가 내린다.
계절을 씻어내듯 그저
세상 모든 것을 차분하게 적신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따라 주르륵
미끄러져 내리며 뭉개지는 풍경 속으로
빗물에 젖은 나무들은 더욱
선명함을 띠고, 흙냄새 진하게 피어난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고,
머리와 마음 속의 소란스러움도 잦아든다.
가을비는 그렇게 조용히 모든 것을
잠시 멈추게 하고,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글·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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