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우리 삶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기상청은 이례적으로 빠른 시점부터 폭염주의보를 발령했고, 연일 이어진 무더위는 전국 곳곳을 달궜다. 실제 피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5년 8월 19일 기준,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누적 환자는 3천705명, 사망자는 23명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취약계층은 65세 이상 고령층과 야외 근로자로 나타났으며, 발생 장소는 작업장과 논밭 등 실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번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닌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의 실체였다.

이제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선선한 바람에 잠시 안도하지만, 기후위기는 계절의 전환을 허락하지 않는다. 폭염이 여름의 그림자였다면, 겨울에는 ‘혹한’이 우리를 시험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기록적인 강추위와 폭설이 한반도를 덮쳤고, 북극 한파의 남하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경험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한파의 남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다시 말해,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겨울은 더 매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대도시와 농촌, 공업지대가 혼재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한파의 영향은 다층적으로 나타난다. 도심에서는 난방 수요 급증으로 전력과 도시가스 사용량이 늘어나고, 이는 곧 에너지 비용 상승과 취약계층의 ‘난방 빈곤’ 문제로 이어진다. 농업 지역에서는 시설재배 작물이 냉해를 입고, 수도관 동파 피해가 발생한다. 산업단지와 물류 현장에서는 근로자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결국 한파 역시 폭염 못지않은 기후재난으로, 도민의 건강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위협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가을의 짧은 숨 고르기 속에서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 우선 에너지 사용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에는 과도한 냉방기기 사용이 문제였다면, 겨울에는 난방 과다 사용이 위기를 키운다.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단열을 보강하며,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만큼 아파트 단지, 공공건물, 학교 등을 중심으로 효율화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한 취약계층 보호 대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번 폭염에서도 고령층과 야외 근로자가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겨울에도 취약계층이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에너지 바우처 확대, 한파 쉼터 운영, 난방비 지원 현실화가 시급하다. 동시에 독거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위한 방문 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무더위 쉼터가 여름철 생명줄이 되었듯, 겨울에는 따뜻한 공동체 돌봄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과 지역 공동체의 참여가 절실하다. 기후위기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행정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원봉사단체, 마을 공동체, 종교단체 등 지역 기반 네트워크는 방한용품 나눔, 연료비 지원, 이웃 돌봄 활동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작은 연대가 모여 위기를 견뎌낼 힘이 된다.

폭염의 상처는 아직 채 아물지 않았다. 수천 명의 온열질환자와 수십 명의 희생자가 남긴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그 교훈을 바탕으로 곧 닥칠 혹한에 대비해야 한다. 따뜻한 겨울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난방기가 아니라, 에너지 절약의 습관, 이웃을 향한 관심, 지역사회의 연대에서 비롯된다.

다가오는 겨울, 경기도의 모든 도민이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폭염과 한파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당신은 대비하고 있는가?” 그 대답이, 우리의 미래를 지켜낼 힘이 될 것이다.

오은석 안산녹색환경지원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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