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마이크로러닝 수요자 맞춤형 관련 사전 검토가 진행된 가운데 이주석 크리에이터가 ‘공사의 마무리(준공서류와 준공정산)’ 영상을 시연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지난달 26일 마이크로러닝 수요자 맞춤형 관련 사전 검토가 진행된 가운데 이주석 크리에이터가 ‘공사의 마무리(준공서류와 준공정산)’ 영상을 시연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바야흐로 ‘숏폼’(short-form, 짧은 영상)의 시대다. 과거에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1~2시간 내외 영상이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는 유튜브, 인스타,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위주로 짧은 영상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바쁜 현대 사회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언제·어디서나 영상을 볼 수 있고, 긴 영상에 비해 전개가 빠른 만큼 이제 숏폼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숏폼의 가장 큰 특징은 짧은 영상 길이로 인해 과거처럼 전문적인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Producer)와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Consumer)의 경계가 모호해져 누구나 프로슈머(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숏폼은 이제 교육의 영역에서도 활용된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으니 교육의 효과도 뛰어나고,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 분야도 다양하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행정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10분 내외의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마이크로러닝 역시 숏폼처럼 전문적인 제작자가 아닌, 공무원들이 직접 크리에이터로 변해 콘텐츠를 제작해 보다 수요자 중심으로 콘텐츠 개발이 이뤄지는 중이다.
 

마이크로러닝 수요자 맞춤형을 통해 만들어진‘급여의 이해’편 섬네일. 사진=경기도교육청
마이크로러닝 수요자 맞춤형을 통해 만들어진‘급여의 이해’편 섬네일. 사진=경기도교육청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로 크리에이터 육성

도교육청은 인공지능(AI)·디지털 혁신 등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마이크로러닝을 추진 중이다.

지방공무원의 행정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마이크로러닝은 ‘작다’는 뜻의 마이크로(Micro)와 ‘학습’을 뜻하는 러닝(Learning)의 합성어로, 짧은 시간에 한 가지 개념을 밀도 있게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급여 업무 중에서도 근속수당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급여 업무에 대한 내용을 모두 찾아볼 필요 없이 근속수당에 대해 설명하는 강의 영상만 찾아보면 된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모든 개념을 다 들을 필요 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만 딱 골라 들을 수 있어 학습에 대한 부담이 적고, 실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된 만큼 즉시 적용하기에도 좋아 기존 E-러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수요자 맞춤형 ▶현장 공모형 ▶외부 임차형 등 3가지 전략으로 마이크로러닝을 추진 중이다.

먼저 수요자 맞춤형은 일종의 자체 제작으로, 도교육청이 직접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발굴 및 양성하는 방식이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희망하는 지방 공무원들로 전담 TF를 구성해 현장 수요에 맞춰 직접 기획부터 편집까지 진행한다. 이는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의 시도다.

이들 크리에이터는 상반기 20편을 제작해 경기도교육청 율곡연수원 학습 플랫폼에 탑재 완료했으며, 하반기에도 다양한 주제로 영상 제작에 나서고 있다.

현장 공모형은 도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 및 교육공무직원 등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통해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주제를 다룬 실무형 콘텐츠가 주를 이루며, 공모전을 통해 학습자가 생산자가 되는 자율적 학습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해당 공모 결과 총 44편이 접수됐으며, 정책구매제 심사 등을 거쳐 최종 32편을 선정해 도교육청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Go3EduNews)과 행정역량과 채널(https://www.youtube.com/@행정역량플러스)에 공개했다. 

외부임차형은 외부 전문기관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임차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단순 실무형 콘텐츠에서 벗어나 AI, 경제, 어학 등 학습자가 흥미를 느낄 만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1천 편 이상 제공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마이크로러닝에 대한 학습자들의 관심도를 높이고자 다양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러닝을 수강해도 상시학습시간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마이크로러닝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신규자·저경력자가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 학습하며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마이크로러닝은 ‘필요할 때 바로 확인하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제공 중인 마이크로러닝 강의 목록. 사진=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에서 제공 중인 마이크로러닝 강의 목록. 사진=경기도교육청

◇크리에이터와 함께 성장하는 마이크로러닝

“콘텐츠 제작을 통해 다른 공무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우리 크리에이터들의 역량이 더 개발된 것 같아요.”

마이크로러닝 수요자 맞춤형에 참가해 직접 교육자료를 개발 중인 강은별 크리에이터는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6일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가운데 하반기에 제작 중인 콘텐츠에 대한 사전 검토를 진행했다.

이날 사전 검토는 이주석 크리에이터의 ‘공사의 마무리(준공서류와 준공정산)’, 강은별 크리에이터의 ‘교육공무직원 근속수당’ 영상을 대표로 시연한 뒤, 동료끼리 서로 피드백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크리에이터들은 다양한 고민을 공유했다. 특히 마이크로러닝의 특성상 시간이 10분 내외로 제한된 만큼 다양한 내용을 어떻게 영상 안에 담을 것인지가 크리에이터들의 주된 고민거리였다.

이 밖에도 크리에이터들은 마이크로러닝 활동에 대한 다양한 소회를 남겼다.

물품·계약 분야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이규상 크리에이터는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작하는 것은 강의를 하는 것과 달랐다”며 “도교육청의 단계별 역량 강화 교육과 크리에이터들 간의 협업 활동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계약 분야를 담당하며 직접 시연에도 나선 이주석 크리에이터는 “3~4시간 들어야 하는 강의를 10분 내외로 함축해야 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내용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많은 고민을 했다”며 “다행히 기술적으로 보완하며 이러한 걱정을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이들이 제작한 영상은 ▶부서 검토 ▶내용 멘토링 ▶기술 멘토링 ▶최종 수정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는 12월 플랫폼에 정식 등록될 예정이다.

소병엽 도교육청 행정역량과장은 “지금껏 교원의 역량을 위한 교육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으나 행정 부분에 대해서는 연수 형태가 다양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마이크로러닝 콘텐츠 덕분에 많은 공무원들이 실무적으로도 도움을 받게 됐다”고 평했다.


※ ‘새로운 경기교육’은 중부일보와 경기도교육청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섹션으로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