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하게 맞이했던 2025년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관이 10월부터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의 편성과 심의를 위해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023년 9월 개정된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따라 세입예산추계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되었다. 보고서에는 세입추계의 방법과 근거, 그리고 전년도 세입예산과 세입결산 간 총액 및 세목별 차이에 대한 평가와 원인분석에 대한 사항이 포함된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세입에 맞춰서 세출을 계획하는 양입제출(量入制出)의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한 해의 살림을 계획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예산편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세입 추계이다. 정확하지 못한 세입추계로 인해 세수의 오차가 클수록 지방재정의 규모가 왜곡되며, 이는 예산의 신뢰성을 저하시킨다. 실제로 의회의 예결산 심의 과정에서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이 세입예산 추계의 부정확성이다. 세입 추계가 부정확하면 세출 계획 또한 왜곡되고, 결국 시민의 삶에 직접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예산을 편성할 때 전년도 결산금액 기준이 아닌 본예산 기준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올바르지 않다. 본예산 이후 수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거치며 세입 규모가 변동되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가용재원이 실제보다 축소되어 세출예산이 위축된다. 결과적으로 시민 복지나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제때 제대로 쓰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가 이를 ‘관행’이라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순세계잉여금이다. 순세계잉여금은 당해연도 세입세출을 집행하고 결산서상 명시이월, 사고이월, 계속비이월과 보조금집행잔액을 차감하고 순수하게 남은 가용예산을 뜻한다. 원칙적으로 이 금액은 다음 회계연도의 세입으로 전액 편성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이를 의도적으로 남겨두거나 과도하게 발생시키는 사례가 있다. 과도한 순세계잉여금은 재정운용의 비효율을 의미하며, 건전재정 원칙에 위배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예산편성의 기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예산편성의 기준은 전년도 결산금액을 기준으로 편성해야 한다. 둘째, 순세계잉여금이 과도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예산은 관행이 아닌 시민의 삶을 중심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지방제정법 제34조의 예산총계주의원칙에 따르면 ‘한해 회계연도의 모든 수입은 세입으로 하고 모든 지출은 세출로 하며 세입과 세출은 모두 예산에 편입해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지자체장의 공약사업 추진 등을 위해 예산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일이 있다. 특히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예산은 권력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어야 한다. 예산편성의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꼼수를 버리고, 예산이 시민의 삶 속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집행은 투명해야 한다. 예산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신뢰받는 지방행정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AI기자 요약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