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가운데 민원과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민원과 갈등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준다. (‘칭찬 민원’, ‘따뜻한 갈등’과 같은 표현은 너무 어색하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은 민원과 갈등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무조건 회피해야 할까? 무조건 수용해야 할까? 무조건 싸워야 할까?
역지사지를 해 보자. 당신은 시민이고 공적인 사안에 대해 무언가 문제를 발견했다. ‘누군가 나서겠지’라는 생각에 잊어버릴까? ‘이런 문제는 공공기관에 알려야지’라는 생각에 연락을 취할까? ‘이런 문제를 왜 방치하지?’라는 생각에 화를 낼까?
민원과 갈등을 자주 접해 온 필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개선하는 첫걸음은 ‘객관화’다. 민원과 공공갈등에 대한 시민들의 모든 주장이 옳을 수는 없고, 또한 모두 나쁠 수도 없다. 따라서 공무원이 취할 수 있는 객관화는 그 내용과 대상자를 선입견 없이 접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원 대응의 가능성을 화성특례시의 ‘생활불편 도와드림 QR’ 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제도는 QR 코드 인식만으로 시민이 생활 속 불편을 쉽게 접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민들은 복잡한 회원가입이나 인증절차 없이 시설물 파손, 환경 문제 등을 실시간으로 시에 알릴 수 있다. 올해 5월 시작했는데 벌써 1천800건을 접수했고, 처리율도 97%에 이른다고 한다. 답변 절차도 단순화되어 공무원 입장에서도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
한편, 부평구의 경우 공공갈등을 사전에 발굴하고 조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오랜 기간 구축해 왔다. 2011년 2월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하고, 2015년 2월에는 이를 갈등관리조정팀으로 확대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공공갈등 사안들이 심각해질 때까지 적극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반해, 부평구는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가능성을 추정하는 접근을 취했다. 또한 예방 단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공공갈등의 경우에도, 되도록 조기에 검토하고, 해결 가능성을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원과 공공갈등이 생산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객관화와 더불어 협력적 관점 구축이 중요하다. 민원인 또는 갈등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즉각적으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공무원들을 향해 반감을 갖기 쉽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러한 반감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차라리 우리는 상대를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가 비합리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우리의 합당한 요구’를 거절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지사지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합당한 요구’가 사실은 ‘우리에게만 합당한’ 요구였던 것이 그 이유일 수도 있다.
민원과 공공갈등을 현장에서 다루다 보면, 때때로 시민들의 요구가 법적인 절차 또는 범위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시민들은 “잘못된 법은 고쳐야지. 그런 법을 따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에 대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은 “현행 법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며 상대의 주장에 반박한다.
하나의 법이 통과된다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논의 속에서 어렵게 공감대를 형성해서 진행되는 과정이다. 어떤 시민의 말처럼 그 법이 완벽한 것은 아닐지라도, 하찮게 무시당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문제가 있는 법에 대해서는 그것을 수정·보완하는 절차가 있는 것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국회 등을 통해 그 절차까지 합의한 것이다.
객관화와 협력적 관점은 우리 사회가 민원과 공공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핵심 토대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화성특례시와 부평구의 사례이다. 앞으로 더 많은 우수 사례들을 우리 사회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이런 시스템도 K-문화의 한 부분으로 알려질 날이 오지 않을까.
전형준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이사



AI기자 요약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