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특례시가 추진 중인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시의회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수정·보완 후 재상정 됐음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또다시 부결됐다. 지난 3월 첫 부결 이후 두 번째 좌절로, 시의 핵심 복지정책 중 하나로 꼽히는 복지재단 설립이 사실상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298회 고양특례시의회 임시회에 부의된 이번 조례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복지위원회 심사에서는 원안 가결됐으나, 지난 26일 열린 제2차 본회의 전자투표 결과 재석의원 34명 중 찬성 15명, 반대 19명으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시의회 내에서 ‘재단 설립의 실익이 불분명하다’는 반대 기류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출자·출연기관 설립 기준에 따르면, 재단 설립 시에는 반드시 조례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조례가 제정되지 않으면 출연기관 자체를 설립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가 지난 2년간 준비해 온 복지재단 설립 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본회의에서는 설립의 필요성과 시기, 재정 부담 등을 놓고 여야 의원 간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반대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최규진 의원은 “복지재단 설립이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새로운 조직과 예산을 추가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책의 지속성과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고, 행정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앞선 결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박현우 의원은 찬성 토론을 통해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1인 가구, 노인 독거가구의 증가 등으로 복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부서별 분산형 복지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 재단 설립을 통해 전문성과 신속성을 갖춘 복지행정을 구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고양시는 올해 초부터 복지재단 설립을 ‘시민 체감형 복지체계 개편’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왔다. 재단을 통해 ▶복지사업 통합관리 ▶중복 사업 정비 ▶취약계층 지원 사각지대 해소 등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이번 조례 부결로 재단 출범 일정이 미뤄졌지만, 필요성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고양시는 인구 100만 명을 돌파한 특례시로, 저출생·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복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관공서 중심의 전형적인 복지 전달체계만으로는 빠른 대응이 어렵다. 재단 설립을 통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유연한 복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의 사회복지 대상자는 지난 9월 말 기준 38만6천702명으로, 경기도 내 인구 규모가 비슷한 5개 지자체 가운데 수급자 비율이 가장 높다. 사회복지 통합전산망에 등록된 복지시설만 879개소, 미등록 시설·기관·단체까지 포함하면 2천484개소에 이르러 도내에서 가장 많은 복지시설이 밀집돼 있다. 이러한 복지 수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시는 이번 재상정 과정에서 지난 3월 부결 당시 지적된 사항을 대폭 보완했다. 당시 시의회는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총체적 평가 부재 ▶조례안의 세부 내용 부족 ▶조직 구성 및 예산 확보 계획 미비 등을 이유로 부결시킨 바 있다. 이에 시는 사업 목적, 범위, 운영 재원,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 주요 조항을 전면 수정하고, 복지전달체계 진단 및 중복 사업 정비 계획을 포함해 보완안을 마련했다.
또한 재단의 조직 구성과 예산 관련 타당성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경기연구원이 실시한 ‘복지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고양시의 조직·인력·예산 계획이 행안부 기준에 부합하며, 재단 설립의 필요성과 실행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완에도 불구하고 시의회의 반대 입장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시의회 내부에서는 “재단 설립이 오히려 행정의 중복과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현 복지 조직이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반면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에서는 “고양시 규모에 맞는 복지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며 “정치적 논쟁보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이번 부결로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논의는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시는 조례 재추진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복지 수요 증가와 행정 대응 간의 간극을 해소할 대안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복지재단은 단순히 또 하나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복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라며 “향후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시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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