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짓는 밭, 함께 하는 공동체

가을 햇살 속 포도 수확을 마무리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지만, 함께 땀 흘렸던 많은 이들과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마음 깊이 남는다. 배추밭도 이제 끝자락에 서 있다. 푸르름을 더해가며 생동감 있게 자라는 배추가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씩씩하고 아름답다.

송산포도 농사는 농협중앙회와 송산농협의 영농지원반 운영(유상 인력), 농협 직원들의 일손 돕기,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덕분에 한 해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배추 재배 또한 심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봉사단체와 외국인 근로자들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한결같다. 모든 분야에서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 특히 농촌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청년층의 도시 이탈이 이어지며, 땀 흘리는 노동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겹쳐 어려움이 더 크다.

올해도 기후환경의 변화는 만만치 않았다. 연초부터 “작년보다 더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고, 실제로 고온과 폭우, 큰 일교차가 번갈아 찾아왔다. 작년 가을에는 배추 모종이 고온 피해로 여러 번 말라 다시 심는 일이 많았다는 소식에, 올해는 심는 시기를 9월 초로 늦췄다. 그러나 인력 부족은 여전히 큰 과제였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도움으로 퇴비를 살포하고 모종을 심을 수 있었다. 지금 화성에서는 외국인 인력 없이는 농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아마 전국의 상황도 비슷할 것이다.

높은 기온과 잦은 비로 배추 무름병이 발생한 농가도 많았다. 다행히 늦게 심은 덕분인지 배추밭은 큰 피해 없이 잘 견뎌주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느낀 것은, 노동력 부족과 기후환경 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와 송산농협의 영농지원반 운영이나 일손 돕기 같은 활동은 큰 도움이 되지만, 이제는 지자체와 농협, 자원봉사단체가 공동으로 인력지원 프로그램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번기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배치, 숙소 및 교통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기적 일손난 해결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자원봉사활동의 전문화와 조직화도 중요하다. 단순히 일손을 돕는 수준을 넘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봉사가 확산 되길 바란다. 예를 들어 이발, 의료, 노후주택 수리, 기계정비 등 전문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 농업에서도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이들이 농작업 교육을 통해 전문 봉사 인력으로 성장한다면 농촌 현장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자원봉사센터와 지자체가 협력해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봉사가 단순한 도움의 손길을 넘어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실질적 체계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후환경 위기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냉해, 폭염, 집중호우, 폭설 등으로 인한 피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팜, 자동화 시설, 기후적응형 품종 보급 등 기술적 지원과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 인력지원 또한 이러한 기술정책과 연계된 패키지형 지원체계로 운영돼야 한다.

이제 농업은 단순히 농업인의 생업을 넘어, 기후·환경·공동체의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부족한 손길에 함께 땀을 흘려주는 봉사자, 현장에서 함께한 농협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협력이 모일 때 농업과 농촌, 지역 공동체는 다시 살아난다.

사람의 손길과 함께 농작물은 자라고, 마음이 함께할 때 공동체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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