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출산 후 7일, 21일, 49일 등 ‘삼칠일’의 주기에 따라 산모의 회복 단계를 구분했습니다. 특히 첫 7일은 산후 어혈을 풀고 기혈이 다시 순환하도록 돕는 시기로 조리가 원활하지 않으면 산후풍(産後風)이나 만성적인 통증이 남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3주간을 이르는 ‘삼칠일’은 가급적 다른 활동은 자제하고 수유만 하면서 기혈을 보충해 손상된 장부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중요한 시기로 봤습니다. 특히 위 기간 동안은 간신(肝腎)과 비위(脾胃)의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을 중요하게 보기에 적절한 휴식과 식사 관리가 산후 조리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이후 일곱 번의 7일, 49일이 지나면 몸의 기초 체력이 안정되기 시작하며, 특히나 산후 100일까지는 장부와 호르몬 체계가 다시 균형을 이루는 시기라고 봅니다. 현대적으로 봐도 이 개념은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산후 6~8주까지는 산부인과에서도 ‘산욕기’라 해서 임신으로 인해 늘어났던 자궁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간으로 정의하며, 이후에는 호르몬과 관절을 비롯한 전신 상태가 회복하는 시기로 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육아 환경이 좋아진 현대에도 산후 조리가 여전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즉, 산후 100일의 기간은 출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골든 타임인 것이지요. 산후 보약을 지으러 오시는 분들도 막연하게나마 이 시기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출산 이전부터 출산 직후에 드실 수 있는 한약을 준비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거의 모든 산모분들의 눈을 띄이게 만들, ‘산후 다이어트’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출산은 혈(血)의 손실이 큰 과정입니다. 따라서 기와 혈을 함께 보충해야 체력이 올라오고, 산후 우울감이나 불면 증상도 완화됩니다. 동시에 어혈을 풀어줘야 관절통, 부종, 하복부 통증 등이 개선됩니다. 삼칠일 기간 동안 이 과정이 원활하게 완료된 분들은 자연적으로 부종이 경감되고 그에 따라 조리원에서 체중을 모두 원복하고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거울을 보면서 우울해진 많은 엄마들이 산후 다이어트를 한다며 식사를 줄이는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몸이 ‘기근’ 상태라고 인식하게 만들어 지방 축적을 촉진합니다. 회복이 되지 않은 몸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지방을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다이어트는 ‘굶는 것’이 아니라 질 좋은 식사와 기혈 회복에서 시작됩니다. 단백질과 복합 탄수화물, 건강한 지방의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기혈을 보하는 한약을 병행하면 체형 회복은 훨씬 빠르고 건강하게 진행됩니다.

산후 100일, 내 몸을 빈곤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면서 오히려 양질의 단백질과 균형잡힌 식단으로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100일간 임신 전의 상태로 회복한 건강한 몸은 알아서 체중을 감량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신체가 알아서 체중 감량을 못 해주는 경우에도 100일간의 조리가 원활히 된 분들은 이후의 다이어트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출산으로 어여쁜 아기를 만난 모든 엄마들께 존경을 표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잘 드셔 주세요!

오윤정 광교경옥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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