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가을 산책, 고요한 위로

깊어가는 가을, 낙엽 위를 걷는다.
짙게 물든 단풍잎들은 바람에 속삭이듯 흔들리고,
발걸음 아래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리는 도시의 소음을 잠재우며
마음속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샛노란 은행잎과 선연한 붉은 잎들이
만들어낸 길은 마치 잘 칠해진
수채화 속 풍경 같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코끝을 간지럽히며 흙과 나무,
그리고 가을 특유의 깊고 그윽한
내음을 실어 나른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바라본 붉은 산자락은
잠시 모든 시름을 잊고
평온함에 잠기게 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된다.

이 짧지만 찬란한 계절은
왜 이리 서정적인지,
삶의 한 페이지를 곱게 물들이는 듯한
평온함이 찾아와서 계절의 끝자락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 산책은 지친 영혼에
깊은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가장 사려 깊은 의식인 것 같다.

잊고 있던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해주는 소중한 계절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