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3선 연임제한, 진정한 주민주권시대를 위해 이제는 재검토할 때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10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3기 내에서만 계속 재임(在任)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3선 연임제한은 1994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도입되어, 권력의 장기집권 방지와 정치적 세습 차단을 목표로 했다. 당시 지방자치가 막 도입된 상황에서 제도적 안정성을 위한 안전장치로 기능했다.
특히,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의 지방자치단체장 3선 연임제한이 위원이 아니냐는 위헌 소송에서 ‘합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이후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위헌 결정 헌법재판관들의 주장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고려할 때 지역주민 스스로 가장 적합한 지도자를 선택할 권한이 있어야 하고 이를 제한 하는 것으로 지방자치의 본질과 상충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현재 지방자치는 제도적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에도, 해당 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본격적인 민선단체장 이후 지난 30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이 제도가 과연 지방자치와 지역 민주주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의문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확인된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 연속성의 단절이다. 지방자치행정은 중앙정부보다 장기적이고 생활밀착형 사업이 많다. 특히, 도시재생, 교육·복지 인프라,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최소 15~20년 이상의 일관된 추진이 요구된다. 그러나 단체장이 최대 12년까지만 재임할 수 있는 현재의 제약 때문에 장기적 비전은 단기 성과로 치환되고, 행정은 임기 말로 갈수록 동력을 잃는다. 더구나 새로운 단체장이 집권하면 이전 단체장의 핵심정책이나 사업들은 모두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3선 연임제한이라는 인위적인 제도적 규제를 통한 정치적 교체가 지역정치에서의 민주적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3선으로 연임제한을 두게 된 지금 3선 단체장은 퇴임 후에도 측근이나 가족, 정치적 계승자를 내세워 사실상 권력을 이어가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권자의 진정한 선택권을 제한하고, 지방정치를 왜곡하게 되며, 제도의 본래 취지인 권력 교체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세습’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주민주권의 시대에 주민 자율권의 제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연임제한이 없고, 대통령은 권력 집중의 위험 때문에 엄격히 단임제를 적용한다. 그런데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 등의 제도적인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일률적으로 연임제한을 두는 것은 ‘주민주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주민이 최종적 의사결정권을 갖는 제도다. 하지만 현행 규정은 주민이 원한다 해도 유능한 단체장을 4선 이상 선출할 수 없게 한다. 이는 지방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다.
이제 제도 개선을 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연임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주민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임 제한을 국회의원처럼 폐지하거나, 최소한 현행 3선에서 4선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의 성숙을 전제로 한다면 권력 교체 여부는 제도적 제한이 아니라 주민의 평가와 선택에 맡겨야 한다.
둘째,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 재정·인사의 투명성 제고, 주민소환제 활성화 같은 견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연임 제한 폐지와 동시에 권력 남용을 막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주민소환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방의회 권한을 확대하며, 예산·인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지방감사제도나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적 장치를 확대해 장기 재임으로 인한 폐해를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중앙정치와의 연계성을 줄이고 지방행정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 많은 단체장이 3선 이후 정치적 출로를 국회의원·장관직에서 찾는다. 이는 지방자치의 독립성과 정책의 연속성을 저해한다. 따라서 단체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대신, 중앙정치와의 과도한 연계를 줄이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 자율과 민주적 통제에 있다. 3선 연임제한은 초기 제도의 안정성을 위한 장치였지만, 이제는 성숙한 주민자치를 억압하는 장벽으로 전락했다. 권력 불신에 기반한 획일적 제도 대신, 주민의 성숙한 선택과 제도적 견제를 병행하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주민의 민주적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바로 지금이 국민주권을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진정한 의미의 국민주권, 주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검토할 때이다.
장인봉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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