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개조해 필로폰을 제조한 남성 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에 또 한 번의 충격을 던진다. 이들은 수도권의 외진 캠핑장과 비닐하우스를 전전하며 차량 안에서 필로폰 10g을 직접 만들어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들이 “미국 드라마를 보고 차량 개조와 제조 방법을 익혔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화면 속 범죄가 더 이상 픽션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사건은 단순한 마약 범죄를 넘어 ‘모방범죄’라는 새로운 사회적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영상 콘텐츠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상상 이상이다. 특히 해외 범죄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 그려지는 마약 제조의 과정이 자극적으로 묘사될수록 이를 현실에서 흉내 내는 이들이 생겨난다.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영상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 불법 지식의 재현 또한 간단해진 셈이다. 문제는 그 파급력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가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영상 플랫폼을 통해 이 같은 ‘모방 매뉴얼’이 확산될 경우, 제2·제3의 범죄를 막기란 사실상 어렵다. 우리 사회의 마약 범죄는 더 이상 일부 계층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기준으로 마약사범은 2만 명을 넘어서며, 10대와 20대의 비율이 급증했다. 공급망의 다변화, 해외직구를 통한 유입, 그리고 SNS를 통한 거래 방식은 수사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방형 제조’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마약 관리 체계가 이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단순한 단속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콘텐츠와 기술, 그리고 범죄 예방이 교차하는 지점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방송사와 제작사도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범죄 묘사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해도, 그 과정이 구체적이거나 기술적 수준으로 제시될 경우 범죄 교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자문과 검수를 강화하고, 범죄 수법이나 제조 과정은 상징적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은 결코 대립되는 가치가 아니다. 정부와 수사당국 역시 모방범죄의 가능성을 고려한 새로운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상 불법 정보의 유통을 추적하는 사이버 수사력을 강화하고, 마약 제조나 거래에 대한 디지털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단순히 마약은 나쁘다는 도덕적 경고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마약의 폐해와 법적 처벌, 그리고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파괴력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차량을 개조해 마약을 만드는 장면은 한때 드라마 속 이야기였다. 모방은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사회적 경각심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드라마보다 더 잔혹한 현실을 막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감시와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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