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ter, 사고 인지 후 밸브 일방 차단
지자체와 공유 협의 없어 대응 골든타임 상실
"예방 가능한 재난…통보 체계 전면 개편 필요"

파주 운정신도시 전경. 사진=파주시청
파주 운정신도시 전경. 사진=파주시청

파주시 전역 10만여 세대가 46시간 동안 물 공급이 끊기는 전례 없는 단수 사태가 16일 오전 11시를 기해 마침내 해소됐다. 표면상 원인은 고양시 덕이동 일원에서 진행 중이던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광역상수도 공사 중 발생한 송수관 누수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누수 자체’보다도 사고 직후부터 이어진 통보 부재, 일방적 조치, 협의 절차 미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위적 재난’이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사고는 6시 30분, 파주시가 안 것은 9시 50분
사고는 14일 오전 6시 30분에 발생했지만 파주시는 거의 3시간 30분 뒤 환경청의 유선 문의로 뒤늦게 알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7시에 내부적으로 사고를 인지했으며, 8시에는 파주시로 가는 상수도관 밸브를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지자체인 파주에는 사고 통보도, 밸브 조작 통보도 없었다.

이는 상·하류 지자체 간 급수체계 운영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사전 통보와 협의 절차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단수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배수지 수위는 밸브 차단 후 급격히 감소했지만, 파주시는 정보를 공유받지 못해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잃었다.

◇파주시 “선(先) 충수 후(後) 복구” 요청도 거부돼
파주시는 사태를 인지하자마자 “복구 전 잠시 밸브를 개방해 배수지에 물을 채운 뒤, 이후 공사를 재개해달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는 단수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였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요청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파주시는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교하·월롱배수지의 수위는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고, 그제서야 파주시가 단수 가능성을 확정하고 재난문자를 발송한 시간은 오후 12시 24분. 일부 시민들이 제기하는 “왜 6시간 넘게 늦게 안내했느냐”는 비판은 타당한 문제의식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고 사실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구조적 결함이 자리하고 있다.

◇파주시 전역 ‘46시간 단수’…복구 지연의 이면
이번 복구에는 큰 골칫거리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배수지(교하배수지: 3만2천800톤, 월롱배수지: 2만7천500톤)의 대용량 충수(充水) 시간이다.

누수 공사가 15일 새벽 1시에 끝났지만, 이 대형 배수지 두 곳이 공급 가능한 수위까지 물을 채우는 데만 여러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로 월롱배수지는 오전 6시 30분, 교하배수지는 7시 18분에야 각 세대로 공급할 최소 수위를 넘겼다.

둘째, 아파트 저수조 충수 지연이다.

관로에 물이 공급되더라도 공동주택 저수조에 물이 차기까지는 또 기다려야 한다. 이로 인해 배수지와 가까운 지역부터 멀리 떨어진 단지까지 공급 재개 시간이 크게 달라졌고, 시민 체감 복구는 더욱 늦어졌다.

◇단수는 끝났지만…남은 것은 ‘구조적 문제’
비록 16일 오전을 기해 파주시 전 지역의 급수는 정상화됐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한 ‘누수 사고’로 볼 수 없다. 핵심은 광역상수도 관리 주체가 지자체와의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밸브를 조작하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대규모 단수 사태로 번졌다는 점이다.

상수도는 중앙부처·공기업·지자체가 얽힌 다층 구조를 가진 분야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작은 사고도 대규모 사회적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에서 확인됐다.

◇향후 과제: 통보 체계 전면 재정비 필요
파주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고 통보 체계 개선 ▶밸브 조작 시 지자체 사전 협의 의무화 ▶수질 안정성 확보 ▶시민 안내 체계 보완 등의 재발 방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통보 부재 문제는 ‘시스템 실패’로 평가된다. 상수도 공급은 생명과 직결되는 기반 서비스인 만큼, 앞으로는 ▶통보 즉시 의무화 ▶밸브 조작 전 협의 절차 내재화 ▶실시간 상황 공유 시스템 구축 등의 제도화가 절실하다.

◇결론: ‘예방 가능한 재난’이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
이번 단수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니라 정보 공유 실패·협의 구조 부재·관리 시스템의 취약성이 결합되며 증폭된 사건이다. 누수가 원인이었지만, 단수를 만든 것은 결국 ‘시스템’이었다.

파주시와 K-water 간 책임 공방을 넘어, 이번 사태는 전국 지자체가 공유해야 할 경고 신호다. 물이라는 필수 공공서비스의 특성상, ‘예방 가능한 재난’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통합적 개선이 요구된다.

표명구 기자

관련기사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즉시제보 : joongboo.com/jebo
▷카카오톡 : 'jbjebo'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사회부) : 031-230-2330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에서도 중부일보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