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를 담은 6·27 대책과 10·15 대책 이후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결국 경기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어쩌면 예상된 바다. 이른바 풍선효과에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막히자 수요가 전세로 몰리고, 이는 곧바로 경기도 전셋값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수순이었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규제가 수도권 서민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전세 매물은 한 달 새 4.4% 줄었고, 특히 규제를 피한 지역일수록 감소 폭이 컸다. 일산동구·권선구·만안구 등에서 전세 매물이 20% 넘게 증발한 것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급이 빠르게 마르면서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14주 연속 상승했고, 상승 폭은 1년 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두 달 만에 전셋값이 1~2억원 가까이 뛰는 단지까지 등장한 현실은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전세난이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국민들의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경기 지역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약 35% 감소한 4만3천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공급이 급감하면 전세 시장의 불안은 피할 수 없다. 서울에서 밀려난 세입자가 경기도로, 경기도 기존 거주자가 외곽으로 이동하는 도미노 이주가 현실화되면 수도권 전반의 주거 안정성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책의 취지가 서울 고가 아파트 상승 억제였다면 그 정책이 서민 전세 시장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 역시 함께 마련됐어야 한다. 규제가 특정 지역에 국한될수록 수요는 규제를 피해 이동하고 그 이동이 곧 시장 왜곡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정부는 지나치면 안 된다.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이며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출 규제의 명분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세 공급을 늘리고 가격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정교한 보완책이다.
단기적으로는 세입자 보호 대책과 전세 공급 확대 유도책을 병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전반의 균형적 주거 공급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의 의도와 달리 서민 삶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현장의 신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고강도 규제에도 집값이 뛰고 전월세난이 심화되면서 여당과 정부가 당장 추가적인 공급 대책은 없다던 당초 입장에서 급선회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연말까지 시·군·구별 공급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당 지도부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까지 언급한 것이다. 심지어 이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와 관련해 국토위 차원에서 유예 기간을 훨씬 늘리거나 폐지하는 두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안까지 들리는 정도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서는 잘못을 막자는 뜻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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