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곳곳에서 야심차게 출발했던 트램 사업이 결국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미래 교통혁신을 내세우며 경쟁하듯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 남은 것은 지지부진한 행정 절차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업비, 그리고 사업성 부족이라는 현실의 벽뿐이다. 출발 전부터 무리한 계획이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일이었는지 조차 가늠할 길 없다. 그저 과거 이를 추진했던 지자체장들의 호기어린 구호만 남아있는 정도다. 도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화성 동탄도시철도조차 착공도 못한 채 ‘계약 절차 진행’이라는 말뿐인 진척 상황에 머물러 있다. 네 차례나 입찰이 유찰되자 결국 수의계약 요건을 맞춘 뒤에야 계약 단계에 들어섰지만, 이 과정에서 기본계획을 변경하고 개통 목표도 2027년에서 2028년 말로 늦춰졌다.
경기도가 2019년 도시철도망구축계획에 담은 7개 트램 노선 가운데 이 정도라도 움직이는 곳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은 현재 사업 전반이 얼마나 난맥상에 빠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원 1호선도 마찬가지다.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사업비는 2천억 원에서 3천500억 원으로 치솟았고 재정 자립도 악화까지 겹치며 시는 결국 민간투자 전환이라는 차선책을 찾고 있다. 성남 1·2호선은 경제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갇혔다. 트램 특성상 도로 차로를 줄여야 하고, 이는 교통 혼잡이라는 ‘부(負)편익’으로 반영돼 경제성을 스스로 깎아먹는 구조다. 경제성 지표가 사업의 생명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예비타당성조차 통과하기 어려운 설계는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지자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흥은 기존 노선이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새 노선을 추진하겠다지만, 승인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부천과 안산 역시 사실상 사업을 멈춘 상태다. 지자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는 명확하다. 트램은 도로를 점유하고, 그로 인해 도로 용량이 줄어들며, 결국 비용 대비 편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미래 교통수단’이라는 명분에 매달린 채 무리한 추진을 계속해 왔다.
따지고 보면 트램은 그리 놀랄만한 신기술도 새로운 교통혁명도 아니다. 이미 성공 여부가 뚜렷하게 갈리는 수단 정도다. 특히 도로 교통정체가 상시화된 수도권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들이 현실적 수요 분석과 재정 여건을 외면한 채 경쟁적으로 트램 도입을 발표한 것은 행정적 과욕이자 정책적 무책임에 가깝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사업성 없는 트램을 억지로 끌고 갈 일이 아니다. ‘미래 교통’이 아니라 재정 악화와 도시 혼란이라는 ‘미래 부담’이 될 수 있다. 경기도와 지자체는 이미 드러난 문제들을 회피하지 말고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현실에 맞는 교통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정책은 보여 주기식 계획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실행력이 담보될 때 비로소 시민의 신뢰를 얻는다. 지금의 트램 사업이 남긴 교훈을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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