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거리 제한에 매출 줄어든 점주
단거리 주문에 생계 빠듯한 라이더
등급 높을수록 근무 스케줄 선점 등
배달환경 악화 탓 인근 이탈 움직임
화성 봉담읍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배달의민족을 통한 매출이 30% 줄어 고민에 빠졌다. 단골 고객들의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A씨는 올해 시범 도입된 배달 라이더 시스템 ‘로드러너’로 배달 거리 제한이 생긴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산에서 배달 일을 하는 라이더 B씨도 요즘 부쩍 ‘콜사(死)’(배달 주문이 없을 때를 칭하는 은어)를 자주 겪고 있다. B씨는 “단거리 위주 주문이 몰리면서 생계가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UTR(시간당 배달 건수)도 2.59건에 그쳐 등급마저 낮아 원하는 근무 스케줄을 잡기도 어렵다.
화성과 오산에 로드러너 시스템이 시범 도입되자 배달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다수의 라이더가 기존보다 후퇴한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으며, 로드러너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민주노총 라이더유니온 등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부터 화성, 오산 등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기존 ‘배민커넥스’ 시스템을 로드러너로 변경해 시범 운영 중이다.
시범 운영 도입 7개월이 흘렀지만 라이더뿐 아니라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배달 거리 제한이다. 예전에는 소비자가 배민 앱을 켜면 넓은 반경의 음식점이 노출됐지만, 현재는 그 범위가 줄어 주문이 크게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라이더로서도 배달 단가가 떨어지는 단거리 위주로 콜이 잡히다 보니 장시간 근무를 해도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로드러너 라이더의 경우 근무 시간을 미리 신청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등급이 높을수록 스케줄을 먼저 선정할 수 있기에 등급이 낮은 라이더는 피크 시간대를 잡기 어려운 여건이다.
특히 부업으로 배달일을 하는 라이더는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에 더 큰 타격을 입게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라이더 업계와 소상공인들은 배민 측으로부터 별도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로드러너 시범 도입이 이뤄지면서 손실만 떠안게 됐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 지역 배달 업계에선 화성·오산의 일부 라이더가 로드러너 지역을 피해 배민커넥트가 유지되는 수원 등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라이더 이탈이 이어지면 시범 지역 소비자들의 배달 이용 환경에도 영향을 주면서 소상공인들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가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로드러너가 라이더 근무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며 “다른 지역까지 로드러너가 도입될 경우 경쟁 플랫폼으로 옮겨가겠다는 라이더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측 관계자는 “로드러너는 배달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배달의민족이 진행 중인 정책의 일환”이라며 “현재 시범 운영 단계이며 아직 전국 단위 확대 계획은 구체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노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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