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론스타 ISDS 소송의 최종 승소는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덜어낸 의미 있는 성과임에 틀림없다. 4천억 원 규모의 배상금을 온전히 피한 결과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진 복잡한 분쟁의 매듭을 푼 결실이어서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성과를 두고 또다시 공적 다툼에 몰두하며 정쟁의 장으로 끌고 가고 있다. 정부가 직접 진화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취소 신청 결정을 분명하게 긍정했다. 잘 한 일이다. 당시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 속에서도 소송 취소 신청을 추진한 것은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 장관은 동시에 이후의 법리 공방과 구술심리가 모두 한 전 장관 퇴임 후에 진행됐음을 강조하며 과정 전체가 한 사람의 업적으로 귀결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정치적 혼란기에 흔들림 없이 역할을 해낸 실무 라인의 헌신을 함께 기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핵심 기여자들로 법무부 실무진과 대리 변호사,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언급하며 “실제로는 이분들이 진짜 공로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정 정파나 누군가의 업적 쟁취로 변질되는 흐름을 경계하면서 정치적 시비의 소재가 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승소는 국가적 성과이지 개인의 전리품이 아니라는 메시지다. 이 역시 잘 한 일이다. 인정할 것은 하고 막을 일은 막아야 진정한 민주정치로 귀결된다. 상대진영이라 무조건 물고 뜯는 일은 국민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또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승소를 이재명 정부의 성과로 규정하며 국정 운영의 성과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을 가로채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한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야당 시절 민주당이 항소 자체를 반대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정치권의 이러한 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번 소송이 단순한 법리 공방을 넘어 국가적 이해가 걸린 대형 국제 분쟁이었다는 사실이다. 20년에 걸친 다툼 속에서 정권은 몇 번이나 바뀌었고 담당자도 수없이 교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법무부와 금융당국의 대응, 변호인단의 법률 전략, 국제중재 경험 등이 총합돼 승소라는 결과에 이르렀다.
결국 한 개인, 한 정권의 공로로 축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이번 논쟁의 본질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공적 다툼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축적된 전문성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에 있다. 전례 없는 규모의 ISDS 승소는 한국 정부가 국제 분쟁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계기로 국제적 규범과 분쟁 구조에 대한 정부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정치권은 성과를 공유하고 책임을 나누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가가 얻어낸 결과의 의미를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대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이 순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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