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자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 내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일종의 부메랑 효과에서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 규정하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같은 사건으로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 역시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현실적 부담이 커 보이는 이유다. 당장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이번 판결을 “국회 폭력에 대한 부적절한 경고”로 본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은 한국 의회주의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여기에 물리력으로 입법 절차를 방해한 전례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원의 판단이 더 무겁게 내려졌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나아가 최근까지도 비슷한 형태의 국회법 위반 논란이 이어져온 점을 예로 들며, 재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그러나 지도부의 고민은 단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 역시 같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검찰의 항소가 제기되면 동일한 잣대가 당 내부를 향할 수 있다. 정치적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당내 의원들까지 형량이 무거워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불과 일주일 전 민주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포기를 사필귀정이라 평가한 상황에 이번 사건에 대해 항소를 요구할 경우 ‘내로남불’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닐 게 뻔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민주당의 공식 메시지가 한층 조심스러워진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검찰의 입장이 정리되기 전 당이 선제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경우 당연히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론전을 이어가는 복합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번 논란이 드러낸 핵심은 여야를 넘어서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딜레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은 당연하지만, 현실 정치의 이해관계는 종종 이를 흔들어 놓는다.

알다시피 패스트트랙 제도는 원활한 입법을 위해 만들어진 장치임에도 그 과정이 오히려 물리적 충돌과 법적 갈등으로 귀결된 것에 국회 운영 전반에 무리함이 있음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법 판단을 해석하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국회의 권위와 민주적 절차는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적 파장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기적 득실이 아니다.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분리해 바라보려는 태도, 제도적 개선을 통해 물리적 충돌의 여지를 줄이려는 노력, 그리고 사법 판단을 정치적 도구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야말로 한국 정치가 회복해야 할 기본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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