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사칭 숙박시설 투숙 유도
모텔 업주 예방교육 등 감시 강화
안양 등 홍보물 피해 예방 성과도
최근 룸카페 등 비숙박업소로 유인
"특정장소 이동 지시땐 주의해야"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 당분간 지낼 오피스텔을 찾아라.”
20대 여성 A씨는 지난 18일 자신을 검사라고 칭하는 B씨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A씨는 갑자기 터무니없는 전화에 순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02-112’라고 뜬 발신 번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B씨의 “구속될 수 있다”는 위협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갔다.
곧이어 B씨가 “당분간 지낼 곳을 찾아라”며 안내한 오피스텔·원룸 전용 앱을 통해 오피스텔을 예약했고, 가족에도 알리지 못한 채 그곳에 ‘셀프감금’ 됐다. A씨가 혹시나 주변에 알릴 것을 미리 차단해둔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 현금 1천만 원을 인출해 B씨가 알려준 우편함에 전달했다. A씨는 뒤늦게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구조돼서야 자신이 피싱범한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수사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숙박시설에 스스로 투숙하게 하는 이른바 ‘셀프감금 보이스피싱’ 수법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기존 감금 장소로 활용했던 모텔 등 다중이용 숙박시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자 비숙박업소에까지 뻗어가는 양상을 보인다.
24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셀프감금 피싱 사기는 수사기관을 사칭한 피싱 조직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계좌가 대포통장 등 범죄에 연루됐다며 숙박시설 투숙을 유도하는 범죄다.
이들은 수사기관 전화번호로 바꿔 자칭 ‘특급 수사’라고 들먹이며, 외부에 알릴 시 ‘구속 수사’하겠다고 겁박한다. 그 후 재산 목록 검열 등을 이유로 원격 제어 앱을 설치하게 하는 등 피해자가 손쓸 틈 없이 심리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기 지역에도 이러한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서마다 관내 모텔에 셀프감금 피싱 예방 홍보물을 설치하고, 모텔 업주를 대상으로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실제로 안양과 군포에서는 피해자가 감금되기 직전 모텔에 붙은 홍보물을 보고 피해를 예방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숙박업소보다 감시망이 약한 오피스텔, 룸카페 등으로 감금 장소를 바꾸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비숙박업소는 경찰의 관리 대상지가 아닐뿐더러 외부인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될 수 있어 감시망이 약한 편이다.
도내에서도 오피스텔 등의 셀프감금 피싱 신고가 최근 잇따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6일 한 30대 남성이 피싱 조직에 의해 안양의 한 룸카페로 유인됐는데, 룸카페 업주의 신속한 신고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숙박업소에서 피싱 범죄가 이뤄지면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수사기관이 직접 국민에게 특정 장소로 이동하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으니 반드시 숙지해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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